10년째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경제의 회생책을 둘러싼 국제적인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일본정부는 최근 구조개혁과 경제회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중장기전략을 내놓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은 보다 강력하고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직속기구인 경제전략회의가 지난달 26일 제출한 21세기를 향한 일본경제의 재생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2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번 재생대책은 일본경제가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경기 부양을 할 수 없다는 강한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
보고서는 1999~2008년의 10년간을 3단계로 나누어 우선 1단계인 1999~2000년에는 금융시스템의 안정화에 최우선을 두면서 버블의 늪에서 탈출하는 시기로 잡고 있다. 또 2단계인 2001~2002년에는 2%의 잠재성장률을 회복한 후 구조개혁에 본격 착수하며 마지막 3단계로 오는 2003년부터 본격적인 경제회생과 재정적자 삭감을 통해 오는 2008년까지 재정수지를 균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민간부분의 자율적인 회복없이 재정수요만으로 경제 재생이 불가능하고 미시, 거시적인 구조개혁과 구조조정을 늦출 경우 재정적자의 확대로 경제위기 상황이 한층 심각해질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특히 2%의 잠재성장률 회복시기를 내년이 아닌 2001년으로 잡은 것도 과잉설비, 과잉노동의 구조조정 없이 일시적인 수요증대를 통해 경기를 회복시킬 경우 향후 안정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보고서의 기저에는 경기회복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나아가 디플레압력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베어있다.
이에대해 아시아 5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은 2일 워싱턴에서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위험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재정 및 통화정책을 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 재무부의 에드윈 트루먼 국제담당 차관보는 이에앞서 지난 1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은행가협의회에서 『일본의 경제전망이 몇달 전보다 더 나빠졌다』며 『현 시점에서 일본은 중장기적인 구조조정보다는 내수에 기반을 둔 성장정책에 최대 목표를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의 모베르트 발터 수석연구원은 2일 『내수 증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일본 정부의 정책은 몽상』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일본이 경기침체를 벗어나려면 수출 증대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엔화의 가치가 달러당 130-140엔으로 떨어져야한다고 주장, 미국측과 다소 엇갈리는 주장을 제기했다.【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