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24일 『펀드의 속성상 고가에 매입하겠다는 사람에게 파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그렇게 빨리 성사될 줄은 사실 몰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한통은 현재 SK텔레콤의 지분을 17.86%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은 타이거펀드가 갖고 있던 지분 약 16%와 합치면 일거에 1대 주주로 올라설 수도 있을 만큼 폭발력을 갖고 있었다. 지금껏 지분 매각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SK측의 요구에 한통이 한사코 응하지 않았던 것도 이같은 지분구조의 힘이 보이지 않게 작용했다.
그러나 SK의 지분이 36.5%로 크게 늘어나면서 한통의 지분 17.86%는 그 무게가 현저히 줄어 버렸다. 타이거펀드라는 한 축이 빠지면서 SK-한통의 긴장관계가 일시에 풀어져 버린 모양새다. 이는 한통이 SK텔레콤 지분을 외국인이나 다른 주주에게 매각할 때 협상력이 그만큼 약해짐을 의미한다.
한통은 『아직도 몇몇 외국인 주주들이 지분 매입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다』며 가치는 여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통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과연 한통은 SK텔레콤 지분을 매각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적어도 연말까지는 매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175만원까지 치솟았던 SK텔레콤 주가가 현재 130만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통은 지금까지 「고가 매각」 입장을 줄기차게 밝혀 왔다. 프리미엄을 포함, 1주당 300만원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금 매각하기에는 그만큼 부담이 크다. 노조의 눈치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7월 1일부터 외국인의 국내 통신업체 지분 보유 한도가 49%로 늘어났을 때 SK텔레콤의 주가는 170만원대였다. 한통은 그때 주식 일부라도 팔 수 있었지만 매각의 타이밍을 놓쳤다.
그러나 한통은 아직도 매각의 기회는 많다고 본다. 우선 꼽히는 시점은 SK가 해외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을 때다. SK가 외국업체와 지주회사(HOLDING COMPANY)를 설립할 경우 17.86%는 의미가 있는 수치가 될 수 있다.
결국 한통은 적어도 올해말까지는 현 지분을 고수하면서 노조 등 사내 분위기와 외부 여건 등을 고려하면서 매각의 타이밍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단, 한통이 SK텔레콤의 지분을 보유하려는 목적이 투자보다는 미래 통신 환경 변화에 대비, SK텔레콤에 대한 「견제수단」의 성격이 짙다면 주가의 고저와는 관계없이 계속 지분을 갖고 있으려 할 가능성도 높다. /백재현
기자JHYU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