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국회의장이 11일 탄핵안 표결 처리를 12일로 미룬 진의는 과연 뭘까.박 의장은 이날 우리당 의원들이 회의 진행을 방해하자, “내일도 의장석을 점거하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며 본회의장을 떠났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의장이 이날 1시간30여분 넘게 우리당 의원들을 설득한 것을 두고, “경호권 발동을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원칙을 중시하는 박 의장이 우리당의 물리력 행사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 의장은 실제로 지난해 9월2일 한나라당이 김두관 행자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 민주당이 반발할 때도 “국회법에 정한대로 (의원) 과반수가 출석하면 본회의에 임하겠다”고 밝힌 뒤 다음날 전격 처리했었다.
국회 주변에선 “박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박태준 전 총리 등과의 오찬에서 탄핵안 처리 결심을 굳혔다”는 설도 나왔다. 그러나 “합헌적인 헌정 중단 사태를 초래할 탄핵안 표결 처리에 부담을 느낀 박 의장의 시간 벌기 전략이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찮다.
만일 박 의장이 12일 국회법(143조)에 따라 경호권을 발동하면 국회 소속 경위 60여명이 본회의장에 진입, 박 의장이 호명한 의원들을 회의장 밖으로 끌어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과의 물리적인 충돌 가능성도 있다. 경찰관 파견요구는 국회 운영위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경찰관은 회의장 건물 밖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박정철 기자 parkj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