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체제는 없는 사람들에게 더 괴로운 체제라는 것이 통계수치로 입증됐다.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감소폭이 크다보니 가계지출이 소득을 초과하는 부(否)의 저축현상이 계속되어 빚이 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감소률이 낮은 상위계층들은 가계수지 흑자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상하위계층간의 소득격차가 심화되면서 가계자산의 불균등도도 커져가는 양상이다.특히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경제위기가 계층간의 갈등으로 이어져 사회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득 및 소비지출 위축 심각하다 = 정부가 각종 소비유인책들을 쓰고 있지만 한번 얼어붙은 소비위축은 고착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95년 가격으로 환산한 3·4분기중 월평균 실질소득은 176만500원으로 1년전인 작년 3·4분기의 220만1,700원에 비해 20.0%가 감소했다. 금액으로는 44만1200원이 줄어들었다.
특히 이같은 감소세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작년 4·4분기부터 시작해 꼭 1년간 계속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더욱 가파르다. 또 비록 2·4분기에 비해 다소 줄었다고는 하나 소득감소폭에 비해 소비의 감소폭이 여전히 큰 것도 문제다.
올들어 시작된 기업 연쇄부도, 대량 감원 등이 가져다 주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몰고온 소비위축이 도시 근로자의 가구에 심리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부가 간헐적으로 내놓은 소비부양책으로는 좀처럼 소비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소비증대를 통한 경기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저소득층의 고통이 심하다 =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소득과 소비지출이 모두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 계층인 1분위의 소득은 평균치인 14.4%보다 훨씬 큰 24.4%가 감소한데 비해 소득이 가장 높은 상위 20% 계층인 5분위의 소득은 8.0%가 줄어드는데 그쳤다.
특히 소득에서 지출을 뺀 가계수지 흑자율이 소득이 올라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나 소득이 적을수록 생계를 꾸려가기가 빠듯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같은 현상은 올들어 계속된 IMF경제한파속에서 저소득층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상위계층들에 비해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소득층의 경우 가계수지가 적자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그들이 느낄 위화감도 한껏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올들어 소득·소비의 위축속에서도 상위 4개 분위의 흑자율은 계속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으나 하위 1분위 계층만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인 1분위의 가계수지는 IMF사태가 터진 지난 4·4분기에 마이너스 1.0%로 떨어진후 올들어 계속 마이너스 6~10% 선에 머물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1분위 계층의 배우자 소득비중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기때문에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볼수 있다.
결국 가구주는 실직 등으로 소득이 크게 줄어 배우자가 생활전선에 나서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생계유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