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본오픈골프선수권 우승 김경태, 日골프계 사로잡았다

JGTO “실력과 인품도 최고, 겸손함 뒤의 냉정함과 오기가 숨은 힘”

김경태가 지난 17일 일본오픈에서 우승한 뒤 부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골프협회

“실력은 물론 인품도 ‘일본제일’이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24세 선수가 제75대 왕좌에 올랐다.” 김경태(24ㆍ신한금융그룹)가 일본골프 최고 권위의 제75회 일본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다음날인 18일 일본프로골프투어기구(JGTO) 공식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머리기사의 제목이다. 일본 골프계는 메이저대회 최종일의 중압감을 이겨낸 김경태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나고야의 아이치CC는 ‘페어웨이가 없는 거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까다롭게 세팅됐다. 하지만 4타 차 5위로 출발한 김경태는 보기 하나 없이 버디만 7개를 쓸어 담는 완벽한 경기로 코스레코드를 세웠다. 더욱이 일본의 ‘국민스타’ 이시카와 료(19)와 동반 플레이에서 압승을 거둬 일본 골프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각인시켰다. 이시카와는 2타를 잃고 공동 8위에 그쳤다. ‘컴퓨터 샷’을 앞세워 2005년과 2006년 일본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2연패했던 김경태는 아카보시 로쿠로, 나카지마 쓰네유키에 이어 일본 아마와 일본 오픈을 석권한 3번째 선수로 일본골프 역사에 남게 됐다. 일본오픈의 한국인 우승은 1972년 한장상(70) 이후 38년 만이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훈남’ 김경태는 일본 골프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김경태는) 사람으로서도 선수로서도 훌륭하다”는 재미교포 선수 이한주의 말을 인용한 JGTO 홈페이지는 “열심히 공부한 일본어로 진심이 담긴 우승 소감을 말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김경태는 경기 후 “동반 플레이를 하면서 15번홀에서 ‘우승 기회가 있다’고 응원해준 이시카와에게 고맙다. 그는 정말로 멋진 친구다”라고 말해 호감을 샀고 “‘료 쿤(君)’은 (지난해) 일본투어 상금왕이고 나는 샷 거리가 멀리 나지 않는다. 그는 미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며 겸손한 면모까지 보여줬다. 홈페이지는 김경태의 저력을 ‘겸손함과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숨은 힘’이라고 분석했다. 김경태는 어떤 위기에도, 어떤 기회에도 침착함을 유지한다. 그러나 그의 캐디 코지마 와타루(27)는 “밖으로는 좀처럼 내비치지 않지만 그는 사실 오기가 있다”고 말했다. ‘냉정함’과 ‘오기’가 바로 그의 숨은 힘이라는 얘기다. 김경태의 아버지 김기창 씨도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는 속으로 불같이 화를 낸다”고 귀띔했다. 김경태는 이번 대회를 마치고 “올해 일본투어 상금왕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날 현재 그는 1억1,584만엔을 획득해 상금랭킹 1위에 올랐다. 2위 후지타 히로유키는 9,785만엔이다. 12월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Q)스쿨 최종전 참가 신청을 해뒀지만 미국 진출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6개 대회가 남은 일본투어에서 한국인 첫 상금왕 등극을 확정한 이후 고려할 생각이다. 일본오픈 우승으로 5년간의 투어카드를 확보했고 내년 브리티시오픈과 다음달 상하이에서 열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 HSBC챔피언스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지난달 한일전에 출전했던 김경태는 “큰 대회에 자주 초청받다 보면 세계 랭킹이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미국 무대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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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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