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일은행] 정상화.매각 산너머 산

「악순환의 끝은 어디인가」. 정부가 다시 제일은행에 5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자본잠식에 빠져 원기를 잃어버린 은행에 「은행의 모습」을 우선 찾게 하자는 것이다.그러나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언제까지 부실은행의 뒤처리를 위해 혈세를 낭비해야 하는지, 매각협상은 언제나 끝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미 퇴출된 은행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꼭 팔아야 하나」라는 회의론도 득세한다. 주주들의 피해는 더욱 심하다. 「은행 정상화」와 「매각성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리 녹녹지만은 않아보인다. ◇최악의 영업상황, 「은행의 기능」을 찾게한다=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매각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제일은행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 제일은행의 현재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1조5,000억원 수준. 지난해말 485억원이었던게 6개월새 엄청난 잠식으로 변한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은 마이너스 12%에 이르고 있다. 고정이하 부실여신도 6조원 규모에 달한다. 여기에 한계기업 부도 부실채권 정리에 의한 매각손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강화 등 악재가 널려있다. 당연히 자기자본과 연동된 신규대출과 유가증권 투자 등 정상영업이 불가능하다. 2만여개가 넘는 거래기업들이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고객기반도 사실상 붕괴직전이다. 정부의 이번 지원결정은 한마디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愚)를 더이상 범하지 않겠다는 것. 자금투입이 늦을 수록 부담도 커진다는 논리다. 금융감독위원회의 남상덕(南相德)제2심의관은 『원활한 매각협상을 위해서도 은행상태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자금투입, 「밑빠진 독에 물붙기」식= 제일은행은 BIS비율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10%까지 올라간다. 자금투입규모도 여기에 맞춰졌다. 5조3,0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은 일단 「돈을 대주는」 예금보험공사의 운영위원회와 26일 제일은행 이사회의 감자결정을 시작으로 투입작업이 본격화된다. 감자절차에 최소 보름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최종 투입시기는 7월10일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제일은행에 들어간 돈은 지난 98년 1월 출자로 투입된 1조5,000억원과 부실채권 매입에 쓰인 2,300억원 등 총 1조7,300억원 규모. 여기에 이번에 공적자금으로 5조3,000억원 규모가 들어가면 은행 하나에 7조원 가량이 소요된다. 금융구조조정에 소요된 총 64조원중 10%이상을 한 은행의 정상화에 쏟아붓는 셈이다. 국내 최대은행인 한빛은행(자본금 3조5,000억원)을 두개나 세울 수 있는 규모다. 앞으로도 문제다. 금감위는 이날 『앞으로 해외매각 조건 또는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강화에 따라 필요할때는 추가적인 지원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계에서는 건전성 분류기준이 강화되면 부실채권이 최소 2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제일은행이 그동안 국가에 이바지한 공로와 앞으로 금융산업내에서 할 역할을 고려할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히고 있다. 투입자금이 날라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덧붙인다. 제일은행의 부실채권을 팔아 최소 40% 이상을 건질 수 있고, 증자지원금도 제값을 팔아 매각하고 추후 정상화될때 정부지분을 팔면 투입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매각작업 장기화 가능성= 정부내에서 조차 제일은행 매각시점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뉴브리지와의 협상이 깨질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 정부는 그럼에도 뉴브리지와의 협상은 지속할 방침. 뉴브리지는 요주의여신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종전 입장은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상·요주의 여신을 모두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가부실에 대한 손실보전(풋백옵션) 등에서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매각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만큼 협상에서는 다소의 여유를 찾게 됐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협상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을 내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일은행 매각은 빨라야 연말이 될 것』이라는 일부 시각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관련기사



김영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