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2월 23일] 말의 성찬은 필요없다

정부의 ‘중소기업대출 1년 만기연장’ 대책이 시작됐다. 이에 따른 가이드라인도 나왔다. 정부와 은행들은 이에 대해 획기적인 조치라며 반겼지만 현장 분위기는 좀 다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중기대출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여신본부에서 중기대출 만기연장을 권고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며 “연장 수요의 대부분은 어차피 못 갚는 곳이기 때문에 연체율 등 은행 건전성을 감안해 거의 100% 연장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대출현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달라진 것을 굳이 찾으라면 시한이 6개월 더 연장된 것뿐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음에도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어 현장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은행과 당국이 합의한 내용을 보면 만기연장 제외 대상으로는 부도·폐업기업 정도만 명시돼 있다. 당국이 보증제외 대상기업을 지목했지만 한계기업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는 얘기다. 용도 외 유용 여부가 적발되면 대출회수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신규 대출 사후관리 방안도 이전부터 은행들이 대출 심사시 적용하는 내용들이다. 창구 직원들은 이전과 달라진 구체적인 만기연장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본점에서 만기연장 기준이 내려온 것은 없다”며 “과거 이자연체 전력이 있거나 기업대표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 매출발생 가능성이 적은 기업 등은 만기연장이 애매모호하다”고 말했다. 만기적용이 다른 대출 유형에 따라 어떤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지도 불명확해 좀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지원의 관건은 정부의 과감한 집행과 구체적인 방안 제시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중기대출 잣대를 제시해야 은행들의 중기자금 지원도 한층 빨라질 수 있다. 정부는 수출 계약서만 가지고 오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할 테니 100% 대출을 하라고 하지만 신용장을 보여줘도 정부 보증기관조차 보증서 발급을 거절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은 말의 성찬보다는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과 점검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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