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특허분쟁 중기죽인다] 2. 외국공세에 백기 든 정부

특허권을 앞세운 외국기업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올해들어서는 주요품목에 한정한 제한적인 공세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작은 부문까지 포함한 산업 전분야에 걸친 무차별적인 공세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특히 자국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외국정부까지 통상압력의 형태로 적극 개입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최근 음반업계의 눈과귀를 쏠리게 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의 필립스 일렉트로닉스사는 자체 개발한 CD음반 대량복제기술에 대한 특허가 침해받았다며 국내음반사인 오아시스레코드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오아시스측은 대량복제할 수 있는 기계를 구입해 사용했기 때문에 특허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적극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그리고 이파장은 음반업계 전체로까지 퍼져 지난달이후 벌써 3곳 이상의 음반사가 문을 닫았다. 꽃과 소규모 원예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의 장미보급업체인 코르테스사는 국내 비닐하우스 화훼농가를 대상으로 상표권 사용에 따른 로열티지급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아직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장미의 경우 전체의 65%이상이 이회사의 보급품종을 사용하고 있어 로열티지급이 결정될 경우 막대한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 두경우 모두 자국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대세워 해당국가의 정부까지 나서는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못해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정분야의 경우 불평등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그 대표적인 예가 화공·의약품시장분야. 얼마전 국내제약과 농약업계에는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특허청이 미국등 선진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해 의약품과 농약에 대해 적용하는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의 하한선을 올초부터 폐지했고 내년부터는 수입완제품에도 이제도를 적용하겠다는 것. 이제도가 시행되면 외국제품의 특허권이 2년정도 연장되게 되고 결국 가뜩이나 시장지배력을 잃고 있는 국내중소제약·농약업체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를 수입완제품에까지 적용할 경우 아직 적응력을 갖고 있지 못한 국내업계는 초토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특허규정의 개정이 수입제품에 대해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연장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중 국내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일본의 경우 2년이상 5년이하로, 호주는 존속기간을 4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만이 유일하게 미국과 같은 규정을 따르고 있다. 그나마 미국의 경우 한개의 제품에 대해 복수의 특허를 냈을 경우 하나만을 선택해서 특허권을 부여하지만 한국은 몇개를 제출하던 상관없이 모두 인정해 주고 있다. 정부의 무대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의 대응책을 적극 유도해야 할 특허청은 『업계에서 아무런 불만도 나타내고 있지 않은데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이 있나』며 팔장만 끼고 있다. 특히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 상당수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국내업체가 이기기가 힘들다』면서 『통상압력이 들어오는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특허심판이 열려도 업체에는 거의 도움이 안된다.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외국인 특허관련 심판에서 외국인의 승소율은 무려 40%가 넘는다. 미국등 선진국의 경우 특허심판때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고려한다는 점을 볼 때 소송이 벌여졌을 때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패소한다는 것과 비교해 보면 커다란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일부업체에서 『어디 정부에서 기업을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송영규 기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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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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