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잉크젯20∼30만원 레이저50∼70만원선등/업체마다 가격파괴 경쟁따라 남녀로소 구입 붐/올 147만대 수요 예상… 기능·용도다양화 총력인쇄술과 종이, 화약, 나침반은 인류문명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4대 발명품으로 꼽힌다. 화약과 나침반이 물질문명 발전에 단초를 제공했다면, 인쇄술과 종이는 정신문명 발전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목판활자에 이은 금속활자의 발명은 특히 인쇄문화를 양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타자기는 이를 사무실 단위로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 광학 및 전자기술이 접목되면서 탄생한 프린터는 인쇄문화의 주체를 개인으로 세분화하는 틀을 만들었다. 프린터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여러대의 PC에 연결해 사용하는 공용품이었다. 그러나 이젠 1대의 PC에 1대의 프린터가 딸리는 「프린터 개인화」가 새로운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컴퓨터문화의 새바람이다.【편집자주】
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정보단말기인 PC와 이를 보조하는 주변기기의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보의 내용을 종이로 출력하는 프린터시장은 보급형 모델의 확산에 힘입어 요즘 PC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PC 한 대에 하나꼴로 프린터가 물리는 「1 PC, 1 프린터」시대가 그리 멀지 않아 찾아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시장규모는 전망이 다소 엇갈리지만 대략 지난해의 1백24만대에 비해 19% 정도 늘어난 1백47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올해 PC시장의 예상성장률인 12%에 비해 높은 수치. 프린터의 보급대수가 PC를 뒤쫓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내 PC 시장규모를 1백80만대선으로 추정할 경우 PC와 프린터를 함께 구입하는 산술적인 비율은 69%에 달한다. PC 10대에 프린터 7대 꼴로 팔린다는 얘기다.
더욱이 올해의 경우 업계에서 예상하는 2백만대 PC시대가 열린다고 가정해도 이 비율은 74%선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PC와 프린터를 함께 구입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프린터의 PC 장착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은 프린터 가격의 급속한 하락으로 인해 주요 고객이 일반 소비자들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휴렛팩커드(HP)·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큐닉스컴퓨터 등 기존업체와 롯데캐논·한국텍트로닉스 등 신규업체가 프린터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경쟁의 효과로 몇년전까지만 해도 1백만원대를 웃돌았던 컬러잉크젯 프린터는 20만∼30만원대로, 레이저 프린터도 50만원∼70만원대로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제품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프린터 용도의 다양화 △문서의 컬러화 △인터넷인구의 급증 등도 이러한 추세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종별로는 올해 잉크젯 프린터의 시장규모는 지난해 91만여대에 비해 20% 증가한 1백14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잉크젯 프린터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8%에서 81%로 높아지면서 시장을 지속적으로 주도해 나갈 전망이다.
특히 일반사진에 버금가는 화질을 제공하는 포토 잉크젯 프린터가 출현함으로써 잉크젯 프린터의 전성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레이저 프린터는 지난해와 비슷한 26만대로 다소 부진할 전망이다. 이같은 현상은 잉크젯 프린터의 가격 경쟁력과 성능 향상으로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레이저 프린터가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의 경쟁 또한 프린터 시장의 빠른 성장만큼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전성기를 맞은 잉크젯 프린터 분야에서는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 왔던 한국HP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국내 업체들의 도전이 그 어느때 보다 거세다.
한국HP의 경우 국내 잉크젯 프린터시장의 70∼80%를 차지했던 몇 년전보다는 시장점유율이 떨어졌지만 그동안 한번도 수위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들어서는 프린터 제품의 가격을 주도적으로 인하하고 포토 전용 프린터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PC 시장점유율 1위라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호시탐탐 한국HP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잉크젯 프린터 분야에서 최고의 해상도인 1천4백40dpi 제품을 내놓는 등 기술우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 제록스와 제휴해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는 재충전 카트리지 등 제품의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롯데캐논과 큐닉스컴퓨터는 나름대로 개인보다는 기업 등 특화된 시장을 공략하면서 약진하고 있다. 한국텍트로닉스는 새로운 고체잉크방식을 들고 나와 제품의 차별성을 선전하고 있다.
레이저 프린터 분야에서는 올들어 한국HP가 지난해 1·2위를 기록한 LG와 삼성 등 국내업체를 누르고 1위로 올라선 것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엔진 문제로 애를 먹었던 삼성은 최근 이를 완전히 해결하고 레이저 프린터 부문에서도 한국HP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또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LG와 기업용에서 강점을 보이는 큐닉스 등 중견업체들도 한국HP를 맹렬히 추격할 기세다. 따라서 레이저 분야에서도 잉크젯 이상의 뜨거운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결국 국내 프린터시장은 제품 다양화를 통한 영업확대 전략과 가격파괴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일반 소비자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확대 추세가 지속돼 「1 PC, 1 프린터 시대」는 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김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