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통가, 새정부와 코드 맞추기?

대형마트 일제 초특가 할인행사<br>정육·과일 등 최고 50% 세일

28일 서울 문래동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홈플러스 직원들이 10년 전 전단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 상품들을 쇼핑카트에 담고 '물가안정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창립 14주년을 맞은 홈플러스는 3월1일부터 전국의 모든 매장과 기업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에서 1,000여개의 생필품을 10년 전 가격으로 판매한다. /김동호기자

박근혜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최우선 과제로 '물가안정'을 꼽자 유통업계가 일제히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나서는 등 새 정부 눈치보기를 하며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ㆍ롯데마트ㆍ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이날 동시에 최저가를 강조한 전단지를 내놓고 황금 연휴 할인전쟁에 앞다퉈 나섰다.

해당 업체들은 한결같이 이번 할인행사가 새 정부의 정책 동향과는 전혀 무관한 이벤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물가안정을 강조한 시점과 업체들의 가격할인 이벤트가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유통업체들이 새 정부의 엄포가 있기 전에 미리 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유통업체들의 할인행사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27일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서민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가격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고 부당 편승 인상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등 관계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해 물가안정이 국정운영의 첫 과제가 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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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업체들이 이번 할인행사에 내놓은 가격할인 폭에서도 정부의 물가대책에 보조를 맞추려고 애쓰는 유통업체들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이마트는 시중가격이 100g당 1,380원인 삼겹살을 820원에 내놓았고 농심 신라면은 21% 저렴한 20개들이 1박스를 9,98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천일염 참굴비(1만5,900원ㆍ40마리), 양념소불고기(1,180원ㆍ100g), 대상 찰고추장(7,800원ㆍ2㎏) 등도 최근 1년 동안 진행했던 이벤트 가격을 모두 조사해 최저 가격으로 책정했다. 할인품목 규모 역시 개점 이래 최대 수준이다.

롯데마트도 '생필품 최대 5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문구를 전 점포에 내걸었다. 특히 롯데마트는 최근 내놓은 다둥이클럽까지 홍보하면서 유아동 관련 상품들을 할인행사 전면에 내놓았다. 또 과일ㆍ정육ㆍ생활용품ㆍ참고서 등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이 되고 있는 제품들을 날짜별로 기획상품으로 선정해 25~50%씩 싸게 판다.

홈플러스는 전단에 '10년 전 전단가격 그대로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 중 2003년 전단에 소개됐던 상품과 가장 비슷한 품목 30~40개를 골라 3월 한 달 동안 10년 전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홈플러스는 전했다. 현재 100g당 6,980원에 판매되고 있는 한우 등심은 10년 전 가격(3,950원)보다 더 싼 3,900원, 현재 100g당 998원에 판매 중인 씨 없는 청포도는 650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홈플러스는 이와 별도로 1,000여개 주요 생활필수품을 최대 50% 할인판매하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유통업체가 정부로부터 특별조사를 받고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인상을 하면서 유통업계가 사회적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할인 이벤트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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