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은 15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 내부의 급변사태를 막기 위해 중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언론에 나와 “미·중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보다 협력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15일 저녁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6자회담을 비롯한 제반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양국은 북한문제를 포함한 역내 현안과 관련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속적인 협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중국 양국은 그동안 북핵 문제를 놓고 공공연히 협의를 해왔으나 북한의 리더십과 내부 상황을 포괄하는 ‘북한문제’를 놓고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양국간 공식적 안보협의 채널은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다.
특히 북한 내부 단속을 위해 4차 핵실험 등 도발행위에 나설 경우 한반도 정세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번 장성택 사건을 계기로 중국이 북·중 관계를 재점검하고 대북 정책기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장성택 실각 사실을 발표전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이 지난번 김정일 사망 때와 같은 심리적 충격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표면상으로는 북·중 관계에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이 내부적으로 대북 전략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알렉산더 만수로프 연구원은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사건은 중국이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 중국이 김정은과 그 정권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평양의 중국통이 공개적으로 모욕당하고 처형당하면서 중국은 믿을 만한 채널과 중요한 지렛대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진보센터의 로렌스 콥 수석연구원은 VOA(미국의 소리)에 “이번 사건으로 중국은 북중 관계를 재점검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으로서는 김정은이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어떤 형태의 도움이나 원조를 해야 할 지 몹시 조심스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장성택 사태를 계기로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이 둔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 주도로 관련국들의 대북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ABC 방송에 나와 김정은 정권을 “난폭하고 무자비하다”고 비판하고 “김정은과 같은 인물의 수중에 핵무기가 있는 것은 훨씬 더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