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업예산 겉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실업예산이 홍보 부족과 잘못된 예산편성 등으로 인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실업예산은 상반기중 전혀 집행되지 않는 반면, 다른 예산은 벌써 90% 정도까지 집행되는 등 편차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가 집행하는 각종 장려금 등 상당수의 고용안정사업 관련 예산이 턱없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근로시간 단축 장려금은 올해 편성된 800억원의 예산 가운데 1원도 지원되지 않았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근로시간 단축 장려금은 주 5일제 법안이 통과될 때에 대비, 중소기업들의 주 5일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배정한 것이지만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집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장년 훈련수료자 채용장려금은 150억원의 예산 가운데 500만원 밖에 집행되지 않아 예산집행률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의 다른 관계자는 “사업주와 훈련기관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서 장려금에 대한 인지도가 저조하다”며 “지방관서의 직업훈련과 취업지원, 고용안정 업무간의 원활한 협조체제도 미흡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여성고용촉진장려금과 직장보육시설 지원금도 예산집행률이 10%대에 불과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여성고용촉진장려금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육아휴직급여를 사용하는 여성들이 예상을 밑돌고 있다”며 “휴직보조금이 30만원으로 상승하면서 약 1만명 가량이 육아휴직을 쓸 것으로 기대했지만 3,000명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직지원장려금과 재고용장려금은 올 상반기 예산집행률이 80~90%에 달하는 등 추가 자금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지난 95년 도입된 고용안정사업은 고용조정지원사업(고용유지장려금, 재고용장려금, 전직지원장려금 등)과 고용촉진장려금(고령자 및 여성고용촉진장려금, 장기실업자고용촉진장려금 등)으로 구분된다. 이 사업에 필요한 기금은 사업주에게 총급여액의 0.15%를 걷어 조성된다. 그러나 노사 양쪽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등 문제점을 낳고 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수혜자인 노사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사업을 구성한 데다가 외환위기 이후 급조된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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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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