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국채발행 중단으로 외채상환 비상아르헨티나의 국채발행 중단에 따른 채무 불이행 우려로 남미 등 이머징 마켓 전체가 금융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자국 페소화를 달러와 유로에 연동하는 폐그제 실시를 검토하고 경제각료를 교체하는 등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안간 힘을 다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터져나온 이번 국채발행 중단사태로 아르헨티나의 경제회복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세계경제의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외채상환 비상=아르헨티나는 23일 국채의 발행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정부는 7억5,000만 달러의 단기채를 국내 은행들에게 공매(公賣)할 예정이었으나 그 계획을 취소한 것. 아르헨티나 정부는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의 프로그램에 따라 국채발행을 통해 만기도래된 외채를 상환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올해 국채발행을 통해 상환해야 할 외채 규모는 220억달러. 그러나 이처럼 국채발행이 중단됨으로써 외채상환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S&P는 3월말 아르헨티나의 국가 신용등급을 'B+'로 하향조정한 바 있는데, 이날 국채발행 중단을 계기로 신용등급을 추가 하향조정할 것임을 밝혔다. 신용등급이 한단계 더 떨어지면 악성 채무국인 베네주엘라와 같은 등급인 'B'가 된다.
◇이머징 마켓, 민감한 반응=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총 1,280억 달러에 달하는 외채 상환 능력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투매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널리 거래되는 FRB 채권은 1%포인트 하락, 러시아가 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던 9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와의 스프레드 역시 하루 2.0%나 급등, 12.85%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도 피해를 보고 있다. 브라질과 칠레의 통화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보이고 있으며, 그동안 아르헨티나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멕시코도 주가와 페소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이날 아르헨티나에 대한 유동성 우려로 남미 주요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리스크가 적은 미국 단기국채에 대한 매수세를 촉발했다.
아르헨티나에 대한 우려는 라틴 아메리카에 그치지 않고 동유럽과 러시아에로 불똥이 튀고 있다. 러시아의 30년 만기국채의 경우, 5%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와 신흥시장 국채의 스프레드가 0.44%포인트가 더 벌어져 8.41%를 기록하고 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