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거부하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에게 법적 조치 의사를 밝히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 역시 일전불사 태세를 취하고 있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오는 13~14일 실시될 예정인 학업성취도평가와 관련해 미응시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실시하려는 전북도교육청에 "평가를 회피할 목적의 대체 프로그램 실시는 법 위반"이라며 "학업성취도 평가를 성실히 이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6일 발송했다"고 7일 밝혔다.
공문은 "학교에서 평가를 우회적으로 회피하거나 평가 불참을 유도할 목적으로 대체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경우 '평가 대상 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가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제9조 제4항을 위반한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돼 있다.
교과부는 지난해 실시된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해 교장이 징계당한 전북 장수중에 대한 법원 판례까지 인용해 "학생과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학업성취도평가 대신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했다 하더라도 교원은 이를 승인할 것이 아니라 평가에 응하도록 설득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교과부 측은 이 공문을 이날까지 시행할 것을 전북도교육청에 요구하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전북도교육청은 요지부동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앞서 5일자로 관내 지역교육청 및 각급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학업성취도평가 미응시 학생 현황을 파악하고 미응시 학생을 위한 학교별 대체 프로그램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감의 확고한 생각"이라면서 "공문을 각급 학교에 내려보낸 마당에 이제 와서 방침을 번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도 전북과 마찬가지로 평가 미응시 학생을 대상으로 대체 프로그램 실시를 허용할 방침이어서 교육 당국과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이날 춘천교대에서 실시한 초ㆍ중등 교장 연수에서 "학업성취도와 관련해 교과부의 압력은 제가 책임지겠다. 학업성취도 성적이 낮아도 감수하고 언론에서 공격해도 설명하겠다"고 말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아직 대체프로그램을 시행하라는 공문을 학교에 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공문 내용이 발송되면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