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매물가가 유가와 곡물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27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는 올 하반기에 심각한 인플레이션 악재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0일 일본은행(BOJ)은 월간 생산자물가를 나타내는 기업물가지수(CGPI) 상승률이 지난 6월 전년동기 대비 5.6%에 달했다고 밝혔다. 일본 CGPI가 이 같은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81년 2월 이후 27년만에 처음이다. 이번 CGPI 상승률은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 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예상치 5.3%을 뛰어넘은 것이다. 5월 CGPI 상승률은 4.8%였다. 일본의 도매물가가 최고치로 오른 것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유가와 밀, 콩 등 주요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관련기업들의 생산 비용에 큰 부담을 줬기 때문이다. 일본의 3대 식용유회사인 닛신 오일리오, J-오일 밀스, 쇼와 산교는 이번달 일제히 제품가격을 올렸다. 식품 대기업인 아지노모토는 마요네즈 가격을 인상했으며, 토마토 케?과 캔 식품을 제조하는 카고메는 토마토 주스 가격을 10% 올렸다. 일본 기업들의 비용상승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일본의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신선식품을 포함해 1.3% 올라 8개월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일본의 CPI가 큰폭으로 오를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올 첫분기 실적(4월~6월)에서 7년만의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일본의 5월 경상수지 흑자가 3개월 연속 감소한 것도 일본 내수 경기 둔화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국제유가는 올들어 46% 폭등했는데, 같은기간 일본의 시중 휘발유 가격은 18%나 올라 리터당 181.5엔(약 1,700원)에 팔리고 있다. BOJ가 발표하는 해외상품지수(OCI)는 6월 한달간 전년동기 대비 70.9%나 뛰었다. 국제상품시장에서 지난 1년간 밀ㆍ옥수수ㆍ콩 가격은 각각 76%, 58%, 85% 치솟았다. 니시오카 준코 RBS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도매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어 기업들이 이를 감당할수 없는 지경”이라며 “어떤 대책을 쓸 겨를도 없이 소비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카토 아주사 BNP파리바 도쿄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그나마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안정적인 편”이라며 “이로 인해 BOJ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