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김동오 부장판사)는 보험계약을 맺을 때 기존 병력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자 김모씨 등을 상대로 낸 보험사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피보험자는 고의로 병력을 숨긴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 김씨가 빈혈항목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고지대상의 중요성을 잘못 판단해 고지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뿐 고의로 숨긴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보험사가 김씨와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김씨가 진료사실이 고지대상인 중요사항임을 알고서도 고의로 알리지 않은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모씨는 2007년 A손해보험사에서 무배당 의료보험을 가입했다. 보험에 든 지 4개월 후 어지러움을 느끼고 병원을 찾은 김씨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는 혈소판 감소증, 부신피실 기능부전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에 보험사는 보험가입 이전인 2002년 김씨가 고프로락틴혈증이란 병명으로 통원치료를 받았고, 이 사실을 청약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1심은 “김씨의 진료기록을 살펴봤을 때 여러 수치가 정상범주에 가까웠으며 당시 통원치료를 받은 고프로락틴혈증과 보험 가입 이후에 발생한 질병과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심과 마찬가지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