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디아지오의 탈세의혹와 과세당국의 소동

"솔직히 민감한 사안이어서 조용히 (덮고)넘어가려고 했던 것인데 기사화돼 당황스럽습니다."

관세당국이 세계 1위의 주류기업 디아지오에 대한 관세 누락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배당소득 탈세 혐의(법인세)도 포착했다는 본지의 보도(본지 4월23일자 1ㆍ4면 참조)가 나간 후, 정부의 한 당국자가 건넨 반응이다.


그의 말 마디마디에서 기자는 정부의 깊은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혐의의 정황을 감지한 것은 관세당국이지만 법인세를 소관하는 기관은 국세청이어서 자칫 관세청이 국세청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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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 전개를 바라보는 국세청은 느닷없이 유탄이라도 맞은 기분일 수 있다. 왜 관세청이 국세청 소관인 법인세 문제를 파고 들었을까 하고 의구심도 들 것이다. 관세청은 디아지오가 국내에 공급한 위스키의 수입가격을 정상적으로 신고했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 원가 분석에 나섰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영국 본사와 한국 법인 간 돈의 흐름을 분석해야 했고 배당금이 거액의 수수료 명목으로 세금 없이 지급됐다는 혐의점을 갖게 됐다. 반면 디아지오 측은 "위법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디아지오 측의 해명이 옳든, 관세청의 판단이 옳든 관계 당국들은 진위를 명쾌하게 밝혀줘야 할 의무가 있다. 국세청과 관세청의 소관 업무는 서로 달라도 공정과세를 추구한다는 소명의식은 똑같기 때문이다.

디아지오 건이 아니더라도 과세당국은 비슷한 사례를 점점 더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기업의 경제행위가 한층 다국적화되고 고도화하면서 탈세 행위도 지능화되고 있는 탓이다. 그럴 때마다 과세당국들이 각자의 업무소관이 아니라며 덮어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과세당국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정보교환과 업무협력에 나서서 합심해야만 지능형 탈세를 원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한국을 만만하게 보면서 그들의 놀이터로 보는 외국 자본들인데, 과세당국마저 흔들리면 곤란하지 않을까.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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