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해양 과학기술이 미래를 연다

조류 배양 바이오디젤 생산 등 바다 이용 고부가산업 무궁무진

R&D 확대로 세계경쟁력 키워야


유기준 해수부 장관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쓴 '해저 2만리'에서 바다는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로 그려진다. 이 때문인지 우리는 해양개척을 우주탐험에 견줘 이야기하곤 한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한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바다를 우주와 비교하는 것이 아이러니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바다가 동경의 대상이자 미개척지라는 의미일 것이다.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지 반세기가 다돼가고 지구에서 7,500만㎞나 떨어진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지만 정작 지구의 71%를 차지하는 바다 중에서 인류가 탐사한 바다는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바다를 더 잘 이해하고 바다의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21세기 들어 선진국들이 첨단 해양과학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다에서의 기회와 가능성을 우리 것으로 만들려면 보다 창의적이고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예를 들어 오는 2020년 14조원 규모의 성장이 예상되는 바이오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호주는 해조류를 활용한 녹색가솔린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경제적인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해 새로운 해조류를 탐색하고 있다. 우리도 세계 최초로 미세조류를 대량 배양해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 5월에는 바이오디젤 혼합유 차량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험주행을 하는 등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력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바다 밑 땅속에 안전하게 저장하는 CCS(Carbon dioxide Capture & Storage)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해양 CCS 기술 개발로 온실가스 감축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고부가가치 환경산업 창출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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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바닷물에서 휴대폰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을 추출하거나 심해저에서 금·은·니켈 등 광물자원을 채취하는 기술, 해양생태계 교란 방지를 위한 선박평형수 처리기술,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선박 운항에 적용하는 e내비게이션, 그리고 수중건설 로봇까지 실로 다양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의 해양과학 기술은 세계 수준에 도달한 것도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것이 더 많다. 해양수산 분야 연구개발 투자도 국가 전체 연구개발(R&D)의 3%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도전하는 분야마다 창의적이고 우수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성장잠재력이 큰 해양수산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나간다면 조만간 많은 해양수산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고 기술 사업화를 통해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해양수산부도 올해부터 신기술인증제와 기술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어린 왕자'의 저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톱질하는 일, 못 박는 일을 시키지 말고 넓은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주라"고 했다. 근시안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향해 도전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바다는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해양과학 기술 발전에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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