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산법 폐지등 재계요구 포함여부 주목

■ 경제제도 영미식으로 '확' 바꾼다<br>정부내서도 '非국제규범' 인식불구 반대여론 많아<br>단기과제는 하반기 기업환경 개선대책등에 포함<br>중장기과제는 시기 명문화, 차기정부로 이양 검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한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FTA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 국민소득 2만ㆍ3만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제도와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경제제도 전반을 영미식 기준으로 전면 개편하려는 데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기업환경개선대책ㆍ서비스업활성화대책 등 그동안 나온 조치가 규제완화 등 내부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번에는 미국 등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우리 제도를 바꾸는 큰 작업이 될 것이다. 다른 재경부 관계자도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도 중장기적으로 폐지 혹은 개선돼야 할 제도가 아니겠느냐”며 “한미 FTA와 상관 없이 모든 경제제도를 대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 재검토의 폭이 그 어느 때보다 넓다는 뜻이다. ◇재계ㆍ연구기관이 말하는 비글로벌 제도=재계ㆍ민간경제연구소들은 미국ㆍEU 등 거대 경제권과 FTA 체결ㆍ추진에 따라 기업의 대형화ㆍ글로벌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에서 주장하는 대표적 비글로벌스탠더드 중 하나는 금산법이다. 이미 여러 장치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금산법은 또 다른 이중족쇄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투자를 규제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데다 한미 FTA 이후 거대 글로벌 미국 기업 진출에 따라 국내 기업도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전세계도 기업의 지배구조 및 건전성 감독과 별개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정부는 기업이 요구하는 적대적 M&A 장치 마련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민간과 재계에서 지적하는 비국제규범 중 하나다. 여기에 여전히 까다로운 창업 규제, 수많은 부담금과 높은 법인세 등 경쟁국보다 높은 기업 세 부담, 수도권 공장총량제, 상법, 등기법 등 우리 경제제도 전반에서 국제기준과 부합되지 않는 제도가 적지않다는 것이 재계의 설명이다. ◇정부 어떻게 추진하나=우선 단기 과제는 하반기에 추가로 나올 기업환경개선대책이나 서비스업활성화대책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는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금산법을 비롯해 여러 항목이 중장기 과제로 선정될 가능성이 적지않다”며 올해 대선이 있어 제도 개선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보고서 형태로 차기 정부에 넘겨주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세부 항목별로 개선 시기를 명문화하는 것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 명문화 등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제도 개선 과정에서 부처 고집으로 인해 무산된 경우가 적지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제1단계 기업환경개선대책에서 도입하기로 한 동산담보제의 경우 현재까지 뚜렷한 제도 개선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우선 재경부는 오는 5월 중으로 세부 개선과제를 찾아내고 이를 토대로 부처간 협의를 거쳐 윤곽을 마련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어떤 내용이 담길까=우선 외환 파트에서는 이미 문호가 많이 열린 터라 추가 제도 개선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제와 금융ㆍ증권 등 자본시장, 노동ㆍ환경 등을 포함해 기업환경 부문, 서비스 부문에서는 적잖은 개선과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분야의 경우 각종 국제평가기관의 자료에서도 우리의 경쟁력이 한참 뒤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서비스 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국제규범에 맞추기 위한 일환으로 법률ㆍ회계 시장의 단계적 개방에 따른 수혜를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까지 적극 넓힐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협상에서 미측에 법률ㆍ회계 시장의 단계적 개방을 약속했는데 우리가 관련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대상을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넓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관심을 끄는 것은 금산법ㆍ출총제 등 기업에서 요구하는 비글로벌 규제에 대한 정부의 플랜. 정부 내부에서도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으나 반대 여론도 적지않아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