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은평뉴타운 한옥마을 좌초 위기

"서울시 보조금 삭감 인해 투자자 외면할 것" 우려 목소리<br>SH공사도 택지분양 일정 미뤄

은평뉴타운 한옥마을 조감도

은평뉴타운 내 한옥마을조성사업이 실패 위기에 처했다. 가구당 1억원씩 지급될 예정이었던 보조금을 서울시가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한데다 SH공사가 택지분양 일정을 연기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은평뉴타운 내 한옥마을조성사업에 보조금 지원 방안이 철회되면서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보조금 없이는 실수요자 외에 투자자의 주목을 받지 못해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한옥마을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최근 확정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SH공사의 택지분양 공고 때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한옥마을 부지가 일반 주택지에 비해 3.3㎡당 100만여원 싸게 분양될 계획임에 따라 이미 특혜를 줬다고 판단해 지원액을 삭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는 한옥마을 옆 일반택지구역에 한옥을 지을 경우 일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보조금 삭감에 따른 사업 실패 가능성이다.


박상언 U&R컨설팅 대표는 "한옥마을은 실수요자와 더불어 관광수요 등을 감안한 투자자가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실수요자 수요만 발생하게 되고 투자자는 외곽지역은 은평보다 관광 접근성이 높은 시내 한옥마을에만 투자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아울러 "한옥마을은 현재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시 외곽지역의 타운하우스와 유사한 형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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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한옥주택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희소가치에 따라 북촌의 고급 한옥은 평당 4,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하지만 미래가치만 보고 한옥을 추구하기는 어렵다"며 "1억원 상당의 보조금 삭감과 지금 부동산시장을 감안하면 성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와 사업시행자인 SH공사는 불투명한 사업 전망에 당초 오는 4월 분양계획을 연기할 의사를 내비쳤다.

시의 한 관계자는 "요즘 시장 분양상황이 어려움에 따라 SH공사의 분양일정이 연기되고 있으며 아직 일자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SH공사 관계자 역시 "일반택지의 건축규제를 적용해서는 한옥을 지을 수가 없어 현행 '한옥지정구역'을 '특별건축구역'으로 재지정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아직 분양일정은 못 잡았지만 계획안 변경 후 택지조성이 끝나는 대로 분양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녹지공간(2만㎡)을 포함한 전체 부지 9만9,000㎡ 중 한옥마을은 3.3㎡당 800만원, 일반부지는 900만원 안팎의 분양가를 책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H공사가 지난해 택지 감정을 받은 결과에는 3.3㎡당 한옥부지가 737만원, 일반부지가 826만원의 감정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월 시는 2014년까지 은평뉴타운 내 단독주택부지 3만㎡에 158가구의 한옥마을을 조성해 역사문화관광상품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한옥 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를 통해 가구당 1억원(보조금 8,000만원, 융자 2,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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