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부동산 투기 잡으려면

박병윤<언론인>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면 정말 안쓰러울 때가 많다. 쉬운 문제를 어렵게 푸느라고 진땀을 흘리며 쩔쩔매고 있다. 특히 부동산투기를 잡는 정책은 아주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다. 발상을 180도 전환, 규제를 철폐하고 세제를 대폭 개편하고 부동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길만 터주면 투기는 금방 잡힌다. 이런 쉬운 길을 놔두고 정부는 권위주의시대에 늘 해왔던 반시장경제적인 방법들인 행정력 동원, 규제, 단속, 세금 메기는 방법으로 투기 잡는다고 법석이다. 왜 쉬운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가. 21세기는 디지털시대ㆍ정보화시대ㆍ시장경제시대다. 경제 규모, 시장 규모가 엄청 커졌고 경제구조·시장구조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런 때 경제 문제를 푸는 방법은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부동산정책도 햇빛정책을 써야 한다. 부동산투기가 일어난 것은 신도시 건설이다, 산업 크러스터 육성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다 해서 당장 실현될 수 없는 각종 개발투자계획들이 쏟아져 400조원 규모의 부동자금을 자극해 부동산시장을 달아오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 초과 수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자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구식 무기들을 꺼내서 부동산시장을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토지(주택)거래 신고제ㆍ허가제, 투기과열지구 확대, 건폐율 조정, 층고제한 등 20여개에 달하는 구식 규제정책들(세부 규제까지 합하면 50여개)은 모두 주택 공급을 억제하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초과 수요를 부채질해놓고 다른 한편에서는 공급 루트를 막아버렸다. 수요는 늘게 해놓고 공급은 막아놓았으니 땅값ㆍ집값이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땅값ㆍ집값이 폭등하자 이번에는 세금 공세로 맞섰다. 종부세 신설, 재산세 과표 인상, 양도세 중과, 취득ㆍ등록세율 인상, 특별세무조사, 자금출처 조사…. 최근 부동산대책회의는 40년 전 국세청이 발족할 때 개발해낸 자금출처 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선언했고 한국은행 총재는 투기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겠다, 특정지역 대출한도제를 도입하겠다는 등 이상한 말만하고 있다. 언제 세금 공세와 금리인상으로 부동산투기를 잡아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튼 규제와 투기와 세금 공세가 악순환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규제가 나오면 공급물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값이 오르고 세금을 더 매기면 세금이 늘어난 만큼 값을 더 올려 받고…. 팔 사람은 세금 무서워서 팔지도 못하고 살 사람은 값이 너무 올라 살 엄두를 못 내고 살 때 세금이 무서워 팔지도 사지도 못하고…. 이렇게 해서 거래는 없는 가운데 부동산값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우리 경제는 부동산시장이 큰 비중(약 20%)을 차지한다. 부동산시장이 죽으면 경제가 맥을 못 춘다. 당연히 부동산시장 침체는 곧 경기침체를 불러온다. 부동산투기를 잡으려고 내놓은 정책은 경제 잡는 정책이 돼버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용이 뻔한 부동산투기를 잡는 정책을 다시 내놓겠다고 야단이다. 부동산값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 국민소득 대비 땅값ㆍ아파트값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당연히 부동산값은 떨어질 날만 남았다. 일본식 부동산가격 폭락,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때 새로운 규제나 세금 공세는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 되고 만다. 이제 부동산정책은 위대한 발상전환을 할 때다.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억제해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부동자금 흡수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투기를 잡는 정책은 콜럼버스의 계란 세우기처럼 아주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첫째, 도시기본계획법에 꼭 필요한 것을 빼고는 모든 규제를 전부 풀어버려라. 규제는 관료주의의 산물이고 공급을 막을 뿐이다. 규제를 확 풀면 시장이 알아서 수급을 조정하고 가격을 안정시킨다. 둘째, 부동산 관련 조세정책에도 메스를 가해야 한다. 종부세는 대폭 올리고 (0.5~2%까지 누진세) 양도세는 10% 수준으로 대폭 낮춰라. 특히 3년 이상 거주한 1가구 1주택은 과세해서는 안된다. 취득ㆍ등록세도 수수료 수준으로 대폭 낮춰라. 종부세를 대폭 올리면 소득 없이 큰 주택, 많은 부동산을 가진 사람은 세금 부담 때문에 보유 부동산을 팔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때 거래세 인하는 고액 부동산 소유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부동산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있도록 하면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고 부동산시장은 하향안정세로 돌아선다. 셋째, 시중에는 돈이 넘친다. 넘치는 돈을 흡수하기위해 수익률 3~6%짜리 저축상품(특히 증권저축상품)을 개발하라. 이렇게 되면 부동산가격은 안정된 가운데 부동산시장은 활성화되고 경제가 활성화된 가운데 체감경기는 한결 개선돼 서민 생활은 윤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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