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리 경쟁력은 지금 몇시인가"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한국 주력산업의 경쟁력 분석'최봉 외 지음/삼성경제연구소 펴냄 반도체ㆍ조선ㆍ자동차ㆍ가전 등은 20세기 후반 부강한 한국경제를 이끈 주력산업이었다. 그러나 국제금융기구(IMF) 구제금융 사태가 터지자 이들 주력 산업은 돌연 한국경제를 망친 주범으로 지목됐다. 당시 외국 돈을 마구 빌려 과잉ㆍ중복투자를 일 삼고, 내실 있는 구조개혁에는 게을렀던 주력 산업의 실상은 여지 없는 '속 빈 강정'이었다. 이후 우리 산업의 화두는 구조조정과 외형 축소를 통한 내실 다지기로 일관했지만, 최근 이에 대한 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간 '한국 주력산업의 경쟁력 분석'은 "축소지향적 구조조정보다 이제는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더 절실하다"며 구조조정 및 외형 축소론에 반기를 든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종합기술원의 업종별 전문가 9명이 쓴 이 책은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ㆍ가전ㆍ석유화학 등 기존의 주력 산업은 물론, 향후 유망 분야인 ITㆍ나노ㆍ바이오ㆍ엔터테인먼트 등 신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우리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반도체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3위의 생산국이고, 특히 D램에서는 세계 최강의 위치에 올라있다. 앞으로도 반도체는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시황에 조기 대응할 수 있는 투자전략을 구사하여 강점인 생산성 우위를 지키면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메모리 칩 일변도인 제품구성을 비메모리 쪽으로 전환하고, 업계 구조조정을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조선 70년대초 대형 도크를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참여한 한국의 조선 산업은 불과 30년만에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섰다. 한국은 99년 이후 2년 연속으로 수주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40여년간 세계 최고의 지위를 누려온 일본을 2위 자리로 밀어냈다. 그러나 일본은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호시탐탐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후발국인 중국의 급성장 위협적이다. 고부가 가치선의 비중을 더욱 늘리는 등 경쟁자들과 차별화된 생산방식을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 ◇가전 한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가전 산업이 최근 선전하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에어컨, 삼성전자의 전자렌지 등 몇몇 제품에서 국내 대형가전사들은 세계 1위를 고수할 만큼 일류업체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디지털가전으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온라인 유통과 EMS 등을 활용한 프로세스 효율성 제고,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신속한 대응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자동차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2000년을 기준으로 세계 5위의 생산순위를 기록하였고 1975년 0.1%에 불과하던 세계시장점유율은 5.2%로 증가하였다. 최근에는 합작투자를 통하여 중국시장에 진출하였고 미국에 현지공장을 모색하고 있으며 2005년경에는 유럽에도 현지공장을 건설할 계획 중에 있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취약한 프로세스부문을 혁신하고,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경쟁규칙과 산업범위를 설정하는 전략적 혁신이 필요하다. ◇석유화학 우리나라는 외형면에서 세계 3~4위의 석유화학 강국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수출 효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과당경쟁으로 국내 업계의 고전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내기업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생산기술의 우위를 살리면서, 구조조정을 통한 업계 재편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 IT산업 IT산업은 국내 대부분의 산업이 극도의 침체에 빠져있던 IMF 기간중에도 성장을 지속, 2000년 IT부문의 국내 경제성장 기여율은 50%를 넘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IT산업은 불황을 겪고 있다. 양적으로는 성장에 비해 질적인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이다. 원천기술력 확보, 표준에 대한 대응력 증대, 글로벌마케팅력 강화, 생산전문화 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영화와 게임, 음반 업계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영화부문의 성과가 두드러져 프랑스 르몽드지의 뉴스 메이커가 되기도 했다. 게임은 한 해 연 매출 1조원을 넘기면서 컨텐츠 수출의 새 장을 열고 있다. 다만 기획력, 창의력, 마케팅력을 강화하고 컨텐츠 기업인 매스 미디어의 경영 혁신이 뒤따라야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갈 수 있다. ◇나노 우리 나라가 나노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불과 수년 전이었으며, 본격적으로 기술 개발에 돌입한 것도 2∼3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크다. 그러나 일부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이후에는 적지 않은 분야에서 선진국의 기술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기술 우선 순위 결정 ▦연구자원의 집중 ▦외국의 기초기술 습득 등이 필요하다. ◇바이오 국내 바이오 산업은 세계시장의 2%에도 못미치는 규모이며, 기술수준 역시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실에서 미래 산업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4세대 연구개발혁신을 통한 창의적 기술개발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깨닫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적 차원의 정책지원, 국제협력 및 기업 경쟁력 강화, 기술의 선택과 집중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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