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 중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내년 유럽 시장 대응 키워드로 '고급화'와 '브랜드 강화'를 제시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오랜 침체를 끝내고 내년부터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품과 브랜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승부를 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2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22일(현지시간)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서 "유럽 시장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는 지금, 생산에 만전을 기해 유럽 고객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고품질 자동차로 브랜드 신뢰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정 회장은 유럽 자동차 시장이 6년 연속 감소세를 끝내고 내년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임에 따라 현지 임직원들에게 긴급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지난 21일 출국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 러시아 공장을 방문한 뒤 현대차 체코,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들러 품질을 점검한 데 이어 독일의 현대차 및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을 찾아 판매와 마케팅, 브랜드 전략을 챙길 예정이다.
정 회장은 러시아에 이어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도 임직원들에게 같은 주문을 반복했다. 정 회장은 "유럽시장 침체기에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키며 선전하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유럽 전 임직원이 역량을 집중해 품질 고급화, 브랜드 혁신, 제품 구성 다양화 등을 추진해 앞으로를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올 9월 기준 현대ㆍ기아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6.5%이며 이를 수년 내 10% 이상으로 올려야만 시장에서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유럽 자동차 수요는 6년간의 감소세를 끝내고 올해 대비 2.5% 상승한 1,387만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대수의 증가만을 뜻하는 아니라 고급 제품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그 동안 침체기에는 시장이 철저히 실용적인 가치 위주로 재편됐고 이는 현대ㆍ기아차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그러나 상승기로 접어들면 고급차와 유명 브랜드차 수요가 커질 것으로 관측되며 이에 따라 정 회장이 고급화와 브랜드 강화를 강력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매출 볼륨보다 영업이익률을 중시하는 '질적 성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고급차 판매 비중을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필수다.
정 회장은 경영 메시지 전달과 함께 현지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도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재원들을 가족 동반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 하는 한편 생산 라인 근무자들도 적극 격려하고 있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는 "전세계 기아차 생산 기지 중 가장 생산성이 높고 품질관리가 뛰어난 공장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 회장은 현대차 체코 공장 점검을 마친 뒤 이리 시엔시엘라 산업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체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변함없는 협력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