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150원짜리 페라리 자동차 & 슈퍼컴퓨터

미래학자이자 SF계의 거장인 아서 클라크는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은 3단계를 거친다”고 말했다. 1단계는 “이건 미친 짓이야.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구”, 2단계는 “그거 가능하지. 근데 별로 쓸모가 없어”, 3단계는 “난 언제나 그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지”라는 것이다.

기술발전과 세상변화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다. 1단계는 “말도 안돼. 그건 내가 죽고 난 다음 일이야”, 2단계는 “그런 세상이 오겠지. 아들 때나 가능해”, 그리고 3단계는 “내가 그런 세상이 곧 온다고 미리 준비하라고 말했잖아”이다.

사람들은 경험했거나 눈에 뻔히 보이는 것은 확실히 말한다. 그러나 눈에 안 보이는 것은 부정부터 한다.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은 항상 어렵다. 특히나 정보기술(IT)처럼 발전속도가 빠를수록 더 힘들다. 하지만 대응전략에 따라 기업과 나라의 명운은 엇갈린다.


IT 초창기인 50년 전에는 더 심했다. 지난 1965년 고든 무어는 “반도체 성능은 매년 2배씩 좋아진다. 앞으로 10년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959년 집적회로에 트랜지스터 1개를 올리기 시작한 후 64개까지 성공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매년 두 배씩 10년이 지나면 1,000배, 6만5,000개를 칩 하나에 넣어야 한다. 믿기가 불가능했다. ‘한계에 봉착했다’는 비관적 전망을 뚫고 지금은 트랜지스터 19억개를 넣었다. 덕분에 장난감 칩의 용량이 1950년대 모든 컴퓨터를 다 합친 것보다 커졌다.

관련기사



슈퍼컴퓨터 발전은 더 빠르다. 1964년 다섯 대밖에 없던 슈퍼컴퓨터 크레이는 1초에 100만번을 계산했다. 지금 중국의 텐허-2는 초당 3경3,860조번을 연산한다. 50년 만에 338억배 빨라졌다.

성능향상은 가격급락으로 이어진다. 인간 유전체 분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대표적 사례다. 첫 유전정보 분석에는 13년, 27억달러가 필요했다. 지금은 24시간, 1,000달러면 된다. 실감이 안 나겠지만 5억원짜리 페라리 스포츠카가 6년 만에 150원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IoT를 통해 모아진 엄청난 정보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그리고 빅데이터를 저장하는 클라우드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발 더 나아가 주요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은 모든 IoT를 하나로 묶고 지능적으로 통제하는 거대한 AtO(All to One·만물제어)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먼 미래 얘기다. 최근 조사에서 기업의 95%가 빅데이터를 모르고 0.2%만 이용한다고 답했다. 클라우드도 3.3%만 사용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와 국회도 클라우드법을 붙들고 1년 넘게 허송세월했다.

IT 발전속도는 로켓과 같다. 로켓은 몇 년을 준비하고 며칠에 걸쳐 카운트다운을 하지만 불이 붙은 후에는 3.8초 만에 이륙하고 10분도 안돼 우주에 도달한다. 새로운 IT 패러다임은 이미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불이 붙은 후에는 너무 늦다. derrida@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