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번 하나로텔사장 퇴진 배경·전망
외국계 대주주와 갈등 '사실상 경질' 구조조정 태풍 휘몰아칠듯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이 외국계 대주주와의 갈등 속에 자진 사퇴함에 따라 하나로텔레콤은 조만간 대대적인 구조조정 태풍에 휘말릴 전망이다.
하나로텔레콤은 당분간 권순엽 수석 부사장 겸 두루넷 사장의 사장 직무대행 체제를 가동하되 조만간 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지난 2003년의 이사회 의결에 따라 AIG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영 이사가 일단 대표이사직을 자동 승계했지만 주총을 통해 권 부사장이 새로운 대표이사로 추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통신업계는 외국계 대주주 AIG-뉴브리지의 구조조정 요구를 윤 사장이 거부한 것이 퇴진의 직접적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윤 사장은 지난 2003년 8월 취임하자마자 AIG-뉴브리지 투자 컨소시엄으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유치한 이후 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두루넷 고가 인수 논란이 일고 대주주의 압력으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사업을 철회하면서 갈등설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AIG-뉴브리지는 유선통신 시장의 성장정체 및 출혈경쟁으로 하나로텔레콤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자 여러 '철수 계획(exit plan)'을 마련해 다른 통신업체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주당 3,200원에 하나로텔레콤 지분을 인수했지만 현재 주가는 2,700원대로 오히려 크게 하락한 상태다. 제일은행 지분 매각을 통해 대규모 이익을 챙긴 것과 비교할 때 부끄러운 성적인 셈이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AIG-뉴브리지가 하나로텔레콤과 두루넷을 묶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행한 뒤 시장에 인수합병(M&A)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유력한 차기 사장 후보인 권순엽 부사장은 두루넷 인수와 휴대인터넷 사업권 획득 등을 진두지휘하며 윤 사장과 '찰떡궁합'을 과시해 왔다. 그러나 AIG-뉴브리지의 추천으로 영입된 인물이어서 앞으로 대주주들의 주문에 부응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입력시간 : 2005/08/12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