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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쟁과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에 뿔난 미국 기업들이 짐을 싸서 해외로 떠나고 있다.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줘도 모자랄 판에 소모적인 논쟁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필수 지원마저 끊어버리자 기업들은 생산거점을 옮기고 일자리를 줄이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적인 미국 종합가전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생산직 일자리 500개를 해외로 이전하기로 했다. 텍사스·사우스캐롤라이나·뉴욕주 등의 공장 인원을 줄여 프랑스에서 400명 정도를 고용하고 나머지는 헝가리와 중국에서 직원을 새로 충원할 계획이다.
GE가 고국을 등지고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은 미국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 때문이다. 수출입 금융지원을 비롯해 해외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출입은행의 도움이 절실한데 정치권의 쓸데없는 논쟁으로 수출입은행의 활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재무부의 자금 지원으로 운영되는 미국 수출입은행은 5년마다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수출지원 대가로 일부 직원들의 뇌물수수 혐의가 적발된 후 의회가 재승인에 제동을 걸어 지난 7월1일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게다가 공화당 의원들은 수출입은행의 수출지원이 정실자본주의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며 딴죽을 걸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GE는 수출입은행의 재승인을 요구하며 만약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경고해왔다. GE는 수출입은행의 자금지원 없이는 현재 신흥국에서 진행 중인 11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입찰도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존 라이스 GE 부회장은 이날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 우리는 경쟁력 있는 수출기업을 지원해주는 나라로 생산거점을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도 이날 미국 내 일자리 수백개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보잉은 수출입은행 폐쇄로 자금지원이 끊길 경우 캘리포니아주 위성제조 사업에서 수백명을 감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잉과 GE는 2013년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과 대출보증 등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기업들이다.
이 밖에도 수출입은행 운영 중단에 당혹해하는 많은 미국 기업들이 정치자금 후원을 끊겠다며 수출입은행의 빠른 정상화를 압박하고 있다. GE와 보잉은 수출입은행 재승인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의 지역구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며 전미제조업자협회(NAM)는 일자리 해외 이전뿐 아니라 수출입은행이 활동을 재개하기 전까지 모든 정치인에 대한 후원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의회의 재승인을 추진하고 있는 맥신 워터스 캘리포니아주 의원(민주당)은 "해외 경쟁자들이 승리하고 더 이상 우리 경제에 손실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공화당이 입장을 바꿀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