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에 대한 외국인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상영(사진) KCC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의 3자 인수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발언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업계와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은 지난 7일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집 보고 의무 위반 첫 심리에서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갖고 있는 한 분쟁은 없겠지만 외국인이나 제3자가 인수를 시도할 경우 가만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그룹 경영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겠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정 명예회장의 이러한 답변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여전히 20%가 넘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현대상선은 게버런트레이딩(7.42%), 스타뱅거(6.39%) 등 외국인 매수세가 잇따르면서 외국인 지분이 40%대로 늘어나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명예회장측이 외국인 세력에 대한 그룹 보호를 명분으로 경영권 확보를 다시 시도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현대상선 주총에서 스타뱅거측은 KCC측을 지지했다. 이에 대해 KCC측은 “집안의 어른으로 맏형이 일군 기업이 남에게 넘어가는 일을 볼 수 없다는 것”이라며 “보유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가격과 조건이 맞는다면 언제든지 매각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의 한 관계자도 “현대브랜드를 걱정해주는 원론적인 수준”이라며 “경영권에 미련을 두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현대가 지속되도록 어려움에 빠지면 후원세력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