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집 싸게 사자" 차압주택 투어 등장

디트로이트 빈집 급증 따라 구매자 끌어들이기

버스에서 내린 차압주택 투어 참가자들이 집을 구경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미국 디트로이트 인디언빌리지의 부동산 중개인인 조이 샌티아고는 방 8개짜리 단독주택 앞에서 확성기에 대고 외쳤다. "자, 그럼 10분 드리겠습니다." 50여명의 사람들이 앞다퉈 집안으로 몰려들어갔다. 이들은 샌티아고가 이끄는'차압주택 투어(Lonely Homes Tour)' 참가자들. 싼 값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이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은 샌티아고를 따라 차압주택들을 둘러본 후 마음에 드는 주택을 점찍어두고 재차 구경을 오거나 곧바로 구매계약을 체결한다. 인디언빌리지의 전체 주택 중 15%가 압류당한 탓에 구경할 집은 다양하다. 15일 타임 지에 따르면 '차압주택 투어'는 부동산중개소와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인디언빌리지 주민들의 합작품이다. 지역경제를 책임져 온 자동차 기업들이 지난해 경기침체로 휘청거리면서 미시건 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인디언빌리지는 미국의 어느 도시보다도 가혹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8월 현재 미시건 주의 실업률은 미국 최고인 15.2%. 하나 둘씩 빈 집이 늘어갔고, 집값 역시 폭락했다. 2005년 8월 5만9,700달러에 달했던 평균 주택가격은 지난 8월 8,000달러까지 숨가쁘게 미끄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디트로이트의 주택판매가 전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하면서 주민들의 우려는 커져갔다. 학교나 동네 슈퍼마켓이 썰렁해졌고, 관리를 않는 집이 늘어가면서 마을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황폐해졌다. 주민들은 최소한 범죄자나 노숙자가 빈 집을 무단점거하는 일이라도 막자며 정기적으로 빈 집의 정원 잔디를 깎거나 커튼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빈 집이 계속 늘어나자 주민들은 부동산 중개인을 물색키로 했다. 10년차 부동산 중개인이었던 샌티아고는 인디언빌리지 주민들에게 차압주택 투어를 제안했고, 지난해 9월 처음으로 투어 참가자들을 끌어모았다. 초기에는 실제로 차압주택을 사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입소문의 힘은 놀라웠다. 차압주택 투어 팸플릿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샌티아고의 부동산중개소 앞에 늘어섰고, 이들 중 일부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지인들에게 정보를 퍼뜨렸다. 현재 샌티아고의 투어에는 매번 관광버스 두 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투어 참가자들은 첫 집을 마련하려는 젊은이들부터 중년의 전문직 종사자까지 면면이 다양하다. 샌티아고는 "차압주택 투어가 아니었다면 주택구매 희망자들을 이렇게 많이 모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오늘도 투어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 6명이 구매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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