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주가 버블붕괴의 역사적 경험

김대식 <중앙대 부총장>

주식시장이 침체라고 할 때에는 흔히 주가의 정점에서 저점까지의 하락률이 약 20%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 지난 2세기 동안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역사적 경험으로는 주식시장의 침체는 평균 13년 주기로 발생했으며 대체로 2년 반 동안 지속됐다. 주식시장의 침체 중 과반수 이상이 경기침체를 동반했고 3분의1 정도는 주식시장의 과열에 의해 촉발됐는데 이중 기술혁신에 의해 과열된 경우는 일부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경기침체를 더욱 심화시킨 주된 요인이 대부분 금융 부문의 취약성이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프리드만(Friedman) 교수는 주가폭락이 경기후퇴의 초기단계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대공황의 주요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주가폭락 이후 통화공급 체제의 붕괴, 심각한 디플레이션, 은행예금의 대규모 인출로 이어진 일련의 은행공황을 중앙은행이 방어적으로 막지 못함으로서 지난 30년 말에 경기후퇴가 대공황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경기침체의 강도가 약화된 것은 무엇보다도 각 국가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적절하게 운영했고 예금보험제도를 신설해 은행 예금자들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킨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최근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이 비록 금융시장의 안정을 책임진 일본은행이 있다고 하더라도 은행 부문의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주가의 버블붕괴 이후에도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우리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으면서 경기회복 속도와 주가의 향방에 대해 관심이 높다. 흔히 주가 움직임이 경기의 향방에 대해서 선행적 지표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미래의 경제를 낙관하면 기업의 담보가치가 상승하고 투자위험이 감소하게 되며 투자 및 생산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돼 주가가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가의 거품은 투자자들의 과도한 기대와 열정으로 형성된다. 만약 투자자들이 지속 가능한 기업의 기대이익 상승을 정확히 판단할 경우 주가상승은 버블이 아닐 것이다. 현재 주가의 고공행진이 가능할까. 미래를 낙관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대내외적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 환경은 어려움이 많다. 제2차 오일쇼크(80년)를 상회하는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환율하락, 미ㆍ일ㆍ독의 성장둔화, 중국의 긴축정책 등 도처에 어두운 그림자들이 많다. 경제의 기초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주가는 절대로 지속적 상승을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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