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제노바. 해적 출신인 시몬 보카네그라(Simon Boccanegra)는 사랑하는 귀족 마리아와 결혼하기 위해 총독 자리에 오른다. 그는 제노바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지만 정치적 암투 속에서 마리아와 딸 아멜리아를 잃고 결국 자신도 독살된다. 끊임없는 정치적 암투와 위협 속에 놓였지만 죽음의 순간에도 그는 평화와 사랑을 갈망한다.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는 역사 속 실존인물 시몬 보카네그라를 통해 그의 예술적 이상인 '휴머니즘'을 완성한다. 베르디는 1850년대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시칠리아 섬의 기도' '가면무도회', 그리고 '시몬 보카네그라'까지 모두 6편의 대작을 쏟아냈다. 특히 '시몬 보카네그라'는 1857년 초연 이후 25년 동안 퇴고를 거듭해 1881년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다시 공연한 작품으로, 노장 베르디의 예술적 성숙과 완성도가 돋보이는 오페라다.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는 1986년 당시 33세의 젊은 지휘자 정명훈이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오페라 데뷔 무대를 갖고 당시 패기 넘치는 독창적 해석과 열정적 지휘로 메트에 새 지휘자의 도래를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정명훈 예술감독은 그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서트헤보우, 런던 심포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의 교향악단을 지휘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파리 바스티유를 비롯한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는 다수의 오페라 작품을 지휘했다. 지난 2001년 국립오페라단이 첫 선을 보인 '시몬 보카네그라'는 만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라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조우한다.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7일부터 나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의 연주로 무대에 오르는 것. 정명훈 예술감독은 "지금까지 인류의 오페라 작품 중에서 '시몬 보카네그라'처럼 휴머니즘을 완성도 있게 다룬 작품은 없다고 생각하며 내 인생에서 특별한 의미의 작품이면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장중하면서도 극적인 긴장감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작품인 만큼 서울시향의 높아진 기량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연주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리톤 고성현이 돈과 권력과 명예를 가졌지만 죽음의 순간까지 오직 사랑과 평화를 갈망했던 열정의 인물 시몬 보카네그라로 분한다. 맑은 영혼을 가진 아멜리아 역은 소프라노 강경해가 맡으며, 아멜리아의 연인 가브리엘레 역은 테너 박성규, 사랑과 권력을 위해 시몬과 가브리엘레를 이간질하는 파올로 역은 바리톤 김주택, 제노바 평민파의 실력자인 피에트로 역은 베이스 박준혁이 각각 열연한다. 세계 최고의 연출가와 크리에이티브팀이 함께 만들어 내는 무대와 의상, 조명의 화려한 조화도 관전 포인트다. 연출가 마르코 간디니, 무대디자이너 이탈로 가르시, 조명 디자이너 마르코 필리벡, 그리고 의상 디자이너 시모나 모레시 등 이탈리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팀이 한국을 찾아 고전미가 돋보이는 웅장한 무대를 재현,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를 뛰어넘는 화려한 미장센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