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난투 속으로 몸을 던지다

제9보(120~151)



제1국을 쾌승한 홍성지는 제2국에서 3번기를 끝내고 싶었다. 다행히 제2국도 포석에서부터 리드하여 유쾌한 흐름을 타고 있었다. 그는 타이틀홀더가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흥분했다. 그 낌새를 노련한 이세돌이 알아차렸다. 이세돌은 짐짓 승부를 포기하기라도 한 것처럼 빠른 속도로 두어나갔다. 형세가 좋으므로 구태여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홍성지 역시 제꺽제꺽 손바람을 내었다. 그러다가 오버페이스를 조금 했는데 이세돌은 그 틈을 정확하게 찔러 역전승을 일구었다. "세돌이형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린 거죠."(홍성지) 그는 제3국을 두기에 앞서 다짐했다. 내 페이스로 간다. 앞에 앉은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다. 흑35로 머리를 쑥 내밀면서 그는 생각했다. 이것이 최강수. 백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흑35는 상대에게 기회를 준 과수의 의미가 있었다. 이세돌은 도처에 있는 자기 진영의 약점을 돌보지 않고 실전보의 백36으로 뿌리를 이었다. 무시무시한 승부수였다. "애초에 흑35로는 쉽고 확실한 길로 갔어야 했던 모양이에요."(홍성지) 참고도1의 흑1을 선수로 두고 3으로 두었으면 간단했다. 갇힌 백은 거의 절명 상태였다. 백44는 이세돌이 보여준 또 하나의 승부수였다. 참고도2의 백1로 보강하는 것이 정수겠지만 그것은 흑2,4로 백에게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이세돌은 무조건 난투 속으로 몸을 던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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