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하나·외환 통합에 거래 대기업들 주목

올 대기업 여신 1.5조 줄이고 중기 대출 늘리는 쪽으로 선회<br>통합 후 대기업 축소 심해질 듯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을 앞두고 대기업 여신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외환은행의 대기업 여신 비중이 워낙 많아 대기업 부실이 연달아 발생할 경우 하나금융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두 은행의 통합과 여신 거래 추이에 관련 대기업들은 대출 회수 가능성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6월부터 대출을 비롯해 수출입금융 등 대기업 관련 여신을 급속히 낮추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말까지 줄인 대기업 여신 규모가 1조2,000억~1조3,000억원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외환은행도 대기업 대출 부문에서만 2,000억원 이상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할 경우 포트폴리오상 대기업 여신이 상당히 많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기업 부문 대출을 줄이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외환은행의 기업 대출 중 대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기준으로 47.5%로 업계 평균의 2배 수준이다.


하나금융 측은 무엇보다 외환은행이 수출입금융에서 자주 활용되는 지급보증 규모가 많은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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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경우 대기업 대출보다 지급보증 비중을 줄이는 데 조금 더 신경을 쓰는 상황"이라며 "두 은행이 통합하게 되면 총 여신에서 대기업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초·중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의 대기업 여신 털어내기는 하나와 외환은행의 합병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직전인 6월부터 본격화됐다.

전체 기업대출에서 대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나은행이 6월 33.6%에서 지난달 30.9%로, 외환은행이 같은 기간 49.1%에서 47.5%로 각각 비중을 낮췄다. 대기업 대출액 또한 하나은행이 6월 16조7,974억원에서 지난달 15조6,217억원으로 줄었으며 같은 기간 외환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1,248억원가량 줄었다. 올 들어 신한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1조5,000억원, 우리은행이 1조1,000억원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여타 은행의 대출 행태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하나금융 측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공동으로 거래하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대출 조건 등을 감안해 대출을 줄이고 있으며 신규 지급보증도 웬만해서는 하지 않고 있다. 몇몇 대기업 중 대출한도만 높게 설정해 놓고 한도 금액을 다 빌려가지 않은 곳의 대출도 이번 기회에 정리하고 있다.

기업이 설정해놓은 한도만큼 대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별도 충당금을 쌓아 놓아야 해 자금 운용에 제약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하나금융은 대기업 여신 감소로 생긴 부족분을 중소기업 여신으로 메울 방침이다. 2006년 우량 중소기업 고객 확보를 목표로 진행됐던 '델타2 프로젝트'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보다 안정적인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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