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국 사회갈등 OECD 3위지만 해결 능력은 27위로 최하위권

서울대·KDI·삼성연 '한국형 시장경제 모색' 심포지엄<br>하청 위주 중소기업 모델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br>자영업 '기회아닌 몰락 통로' 정부 개입 적절한 규제 필요

표학길(왼쪽 세번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서울대 경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삼성경제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한'한국형 시장경제체제의 모색' 심포지엄에 참석, 방청객으로부터 질의를 받고 있다. /이연선기자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와 폴란드에 이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갈등해결능력은 27위로 꼴찌에 가까워 분쟁을 해결하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와 함께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지향적인 동시에 불확실성을 가장 회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더욱 경쟁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강하게 뿌리내린 것이다.

28일 서울대 경제연구소가 한국개발연구원(KDI)ㆍ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주최한 '한국형 시장경제 체제의 모색'이라는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은 한국적 정체성 없이 경제발전만 추구해온 한국이 사회갈등을 해결하지 않고는 경제성장에도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회갈등은 세번째로 높은데…갈등관리 역량은 27위=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가 간 구조적 균열을 OECD 3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12위권으로 나타났지만 민족ㆍ종교갈등을 제외하면 멕시코ㆍ폴란드에 이어 3위였다"고 말했다. 특히 갈등이 높은 부문은 계층갈등이었다. 김 연구원은 "고령화ㆍ다문화 사회로의 진전 속도를 감안할 때 향후 세대갈등과 민족ㆍ종교갈등 지표도 부정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갈등관리 역량은 27위로 끝에서 세번째였다.

심각한 사회적 갈등은 경제에도 이미 그늘을 드리웠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제도는 집중해서 장기간 관리해왔지만 비경제제도는 1996년부터 15년간 제도의 질이 개선된 기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가 호프스테드 방식으로 한국인의 가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은 주요20개국 가운데 '남성성(경쟁지향적 가치관)'이 1위였고 '불확실성 회피 정도'는 20위였다. 김 교수는 "물질주의 가치관과 이를 위한 지나친 경쟁은 부패와 사회갈등을 심화시킨다"며 "그리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 등 우리나라 같은 '중소득 저제도 국가'가 현재 유럽 위기의 중심에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제도를 도입할 때는 여론에 떠밀리지 말고 좀 더 숙고해서 정합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신뢰가 10%포인트 증가하면 연평균 성장률이 0.8% 늘어나는 만큼 같은 인적ㆍ물적자원을 투입해도 효과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청업체 중심 중소기업, 유지될 수 없는 모델=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중소기업과 서민층 지원 방안도 논의됐다. 김주훈 KDI 부원장은 현행 하청업체 중심의 중소기업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중소기업의 구조는 일본식 하청제에서 기원한 것으로 경제발전단계로 볼 때 하청제 유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 정책이 정치논리에 따라 시장경쟁원리와는 배치되면서 대기업의 하도급거래에 대한 감시는 미약한 기형적 구조인 점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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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자영업이 더 이상 '기회의 창'이 아니라 '몰락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영업이 무분별하게 경쟁할 경우 국가 전체의 부담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자영업에 중소득 직업군을 도입하기 위해 자격과 관련된 규제를 조정하는 등 국가가 개입할 부분과 개입 안 할 부분을 구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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