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자금 규모 688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삼성경제연구소는 2일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이 작년 말 현재 688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고 시중금리가 더 하락할 경우 자칫 일본식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삼성의 이 같은 추정액은 통상적으로 알려진 370조~400조원보다 최대 300조원이 많은 수치여서 단기부동자금 규모에 대한 논란을 재차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초 일부에서 부동자금이 4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6개월 미만 단기수신이 5월말 현재 367조원이지만 이들 단기자금을 모두 부동자금으로 분류하기는 무리”라고 해명한 바 있다. 단기 부동자금은 학문적으로 정립된 개념이 아니고 편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통상 6개월 미만 단기수신을 가르키고 있다. 대체로 한은이 매월 발표하는 시중자금동향자료에서 6개월 미만 단기수신을 넓은 의미의 부동자금으로 분류하고 있다. 수시입출금식예금(MMDA)및 단기정기예금ㆍ종금사 수신ㆍ투신사의 MMFㆍ양도성예금증서(CD)ㆍ환매조건부채권(RP)등이 대표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단기 부동자금의 범위를 `6개월 미만 유동성 금융상품에 예치된 자금`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기업과 가계ㆍ금융기관ㆍ정부기관 등 4개 부문에서 총 68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과 정부기관 단기자금은 중복되기 때문에 중복되지 않은 기업과 가계만 합칠 경우 477조원이 된다는 게 연구소측의 설명이다.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한은의 단기수신은 은행과 은행신탁ㆍ투신사ㆍ종금사등 4개 기관의 수신만 파악한 것이어서 저축은행ㆍ신협등 2금융권의 수신과 증권예탁금ㆍ현금등이 빠져있다”며 “전 금융기관의 6개월 미만 수신 가운데 입출금이 자유로운 자금은 모두 단기 부동자금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총생산(GDP)대비 단기 부동자금비율이 지난 96년 0.79배에서 작년말 1.2배로 상승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디플레이션과 유동성 함정을 염두에 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사전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부동자금 범주를 최대한 넓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부동자금의 추정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부동자금이란 유리한 기회가 오면 이리 저리 옮긴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기 때문에 단기자금 모두를 부동자금으로 보기는 어불성설”이라며 “단기 자금가운데 기업이나 개인이 소비나 투자지출등 실물경제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결제자금 등은 부동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예들 들어 삼성경제연구소가 부동자금으로 포함시킨 저축성 예금중 기업자유예금(66조원)은 결제성 성격이 짙어 부동자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또 단기금융상품 가운데 투신사 보유 CD와 증권금융의 MMDA 등은 기관투자가의 예금이고 이 자금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예치한 일종의 준비자산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경부 역시 한은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단기자금을 부동자금으로 보긴 곤란하다”며 “다만 자금의 선순환구조를 보였던 지난 99년도에 단기자금 비중이 전체 수신의 40%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단기자금의 비중은 7%인 50조원 정도가 초과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관련기사



권구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