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19일] 총과 다윗


1993년 4월19일, 미국 텍사스주 와코. 연방수사국(FBI)이 51일째 농성 중인 사교(邪敎)집단 ‘다윗파’ 건물에 진입하려던 순간, 총성이 울리더니 불길이 솟았다. 화마는 어린이 25명을 포함해 82명의 목숨을 삼켰다. 전재산 헌금과 교주에 대한 성적 봉사를 신의 명령이라며 강요한 교주 데이비드 코레시를 체포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참사다. 메시아를 자칭했던 크레시는 막대한 분량의 총과 탄약으로 끈질기게 저항했지만 끝내 타죽었다. 과잉진압 논란 속에서 조사위원회는 광신도가 불을 질러 집단자살을 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확히 2년 뒤인 1995년 4월19일. 오클라호마시 연방정부 청사 폭탄 테러로 168명이 죽고 250여명이 다쳤다. 아랍계의 테러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배후는 정부의 권력남용에 반대하는 극우 민병대. 주범 맥베이는 범행동기를 ‘연방정부가 와코에서 저지른 행위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사건으로 보험금만 수억달러가 나갔다. 주요 건물과 시설에 대한 보안대책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지만 정작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사건과 테러의 주인공들이 백인인 탓인지 기억에서도 멀어졌다. 누구나 총기를 구할 수 있는 환경도 그대로 남았다.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은 이런 풍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총기규제 목소리가 높지만 또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 최대의 압력단체라는 ‘미국총기협회(NRA)’의 이해관계에 맞설 정치인은 많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교포 1.5세가 범인으로 지목된 이상 한국인만 힘들어지게 생겼다. 누구나 쉽게 총을 구하고 보복을 권리와 의무로 여기는 백인이 많은 나라, 미국에는 수많은 교포와 유학생이 있다.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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