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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집중분석]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근혜·안철수 제친 문재인 돌풍 심상찮다청렴·도덕적 이미지 등 강점 정치력·리더십 검증 거쳐야PK 야권 대표 상징성에 나눔·배려 코드도 갖춰 범야권 후보 중 선두권총선 부산 사상 출사표 새 바람 일으킬지 주목특전사 시절 훈련사진 공개 '폭풍간지' 불리기도
고광본기자 kbgo@sed.co.kr
민정수석 시절인 지난 2006년 5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참여정부를 넘어서야 한다. 당신(노 전 대통령)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30년 동지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6월에 펴낸 '문재인의 운명'에서 한 말이다. 청와대에서 국정에 폭넓게 참여했음에도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최근 친노(노무현)세력을 결집해 야권통합의 민주통합당에 둥지를 틀었다. 당 밖의 친노세력의 중심으로서 무대에 본격 데뷔하는 단계다. 지난해 4ㆍ27 김해보선에 상당 부분 관여한 데 이어 오는 4ㆍ11 총선에서는 부산 사상구에 출사표를 던지고 부산경남(PK)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다.
지난 2009년 초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현실정치에는 발을 담그지 않았던 그의 모습과 대비된다.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그의 정치도전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 것은 그가 가진 청렴ㆍ도덕ㆍ의리로 대변되는 이미지의 강점 때문이다.
그는 최근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이르게 했던 검찰 권력의 개혁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대권 후보로 거론되면서 많은 지지자들이 그에게 품었던 '과연 권력의지가 있는가'라는 의문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미지에서 시작했지만 실체를 갖춰가고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최근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함께 범야권의 유력 대통령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국회 출입기자들이 뽑은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 원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을 모두 제치기도 했다.
문 이사장은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통합을 이룰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청렴하고 도덕적인 이미지가 있다. 시류에 왔다갔다하는 정치인들과 달리 원칙과 신뢰가 느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또 한쪽 편에 있었지만 통합의 이미지도 있으며 노동인권 변호사로 헌신해 안 원장 못지않은 나눔과 배려라는 코드도 갖추고 있다.
더욱이 야권이 취약한 영남권에서 PK를 대표할 수 있는 상징성도 있다. 조만간 민주통합당에 입당절차를 밟게 되는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지원을 끌어낼 경우 그 시너지 효과는 배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청와대 최측근 참모로서 권력과 정치의 속성도 체감하고 있다. 실제 여권에서도 노 전 대통령 상을 치르는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과 관련, '얘기가 통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그의 정치력과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에 대해 아직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각도 많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지난해 펴낸 '강남 좌파'라는 책에서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질 정도로 그는 훌륭한 사람"이라면서도 "정치를 순박한 시골 소년처럼 바라보고 있어서 그가 과연 참여정부에서 맡았던 요직에 적합한 인물이었는가는 달리 볼 수도 있겠다"고 비평한 바 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정치인스럽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장점ㆍ단점 모두가 될 수 있다. 지도자로서의 경륜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의 핵심에 있었지만 정치와 경제ㆍ복지ㆍ남북관계ㆍ외교안보 등 국정 전반에 대한 그의 생각을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독자적인 정치색깔을 보여주고 냉혹한 정치무대에서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당장 4ㆍ11 총선에서 그가 부산 사상구에서 살아 돌아올지, PK 지역에서 야권 바람을 일으킬지는 당장에는 미지수다.
박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한나라당의 쇄신바람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 주자로서의 가능성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그림자를 지우고 싶지 않다"고 밝힌 그가 청년실업, 양극화 심화, 김정일 사후의 남북관계 등 우리 사회의 숙제에 대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주목되고 있다.
특전사 시절 훈련사진 공개 '폭풍간지' 불리기도
■인생 스토리
경남 거제 출신으로 거제고를 나온 문재인은 어린 시절 지독히 가난했다. 자연스레 사회개혁에 대한 열정을 품고 대학시절에는 사회정의를 위해 학생운동에 몸바쳤다. 그러다 특전사에서 군생활을 한 뒤 사법시험을 쳐 변호사가 됐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지만 돈 잘 버는 변호사의 길 대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부산경남 지역의 노동전문 인권변호사로서 소외되고 그늘진 사람들을 대변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쓰게 하고 주식 절반을 내놓는 등의 나눔과 기부정신을 문재인은 젊어서 학생운동과 인권변호사로서 미리 실천한 셈이다. 또한 특전사 시절 낙하훈련을 한 뒤 포즈를 취한 모습이 인터넷에서 공개돼 '폭풍간지'로 불리기도 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격파시범을 보이고 군 시절 얘기를 하는 그의 모습은 병역 문제에 취약한 우리 정치인들을 부끄럽게 한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정핵심으로 참여한 관록도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노무현의 비서실장이 아닌 정치인 문재인으로서는 독립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성격적으로도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수줍어하고 쑥스러워한다. 대중 정치인으로서는 약점이다. 하지만 카리스마형 지도자보다는 배려와 나눔, 공감, 헌신의 지도자상을 원하는 요즘의 시대정신에 비춰보면 국가지도자로서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 요는 그가 노무현 시대를 건너뛰는 비전과 실천력ㆍ집권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