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30만원 줄테니 애 낳으라고?"
정영현 기자 yhchung@sed.co.kr
경남 남해군은 전국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체 거주민 수는 7만119명에서 5만3,129명으로 줄었지만 65세 이상 노인은 9,709명에서 1만3,724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거주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인 셈이다.
반면 신생아 수는 줄고 있다. 2000년에 432명의 신생아가 군민으로 등록됐지만 2004년에는 276명으로 5년 새 36%나 줄었다.
부양인구는 느는데 세수ㆍ생산력과 직결되는 인구는 줄어드는 현실. 해당 지자체에는 일종의 재앙이다.
결국 남해군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인구증대시책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첫째ㆍ둘째아 출생 가정에는 1인당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셋째아 이상은 현금 300만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해 수혜 대상은 125명에 그쳤다.
이는 남해군만의 현실이 아니다. 농어촌 지역뿐 아니라 일부 도시 지역 지자체까지 '돈 줄 테니 아이 좀 낳아다오'라는 식의 인구 늘리기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출산지원금을 타가는 가구는 예상보다 많지 않다.
몇 십만원, 몇 백만원의 출산지원금은 크다면 큰 돈이다. 어려운 살림살이를 쪼개서 겨우 예산을 마련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불안한 취업ㆍ고용 현실 속에서 자녀가 클수록 더 많이 드는 양육ㆍ교육비를 생각한다면 몇 십만원, 몇 백만원은 출산장려를 위한 '당근'이 되기에는 너무나 미미하다.
저출산에 대한 정부의 접근법 역시 지자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오는 6월 발표 예정인 정부의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에도 보육ㆍ교육비 등 금전적 지원책이 상당수 담겨 있지만 이런 지원책이 출산율 증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양육ㆍ교육 보조금이 미혼여성의 결혼 후 직장생활에 대한 불안감, 일하는 엄마의 직장 내 차별과 일과 양육 병행의 어려움까지 털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출산은 경제적 지원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들에게 일과 가정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사교육비에 대한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는 교육 시스템, 날로 치솟는 집값 안정화 등이 먼저 이뤄져야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입력시간 : 2006/05/18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