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한자교육 유감

박인구 <㈜동원F&B 대표이사>

요즘 입사시험에 한자시험을 보는 회사가 늘고 있다고 한다. 학교교육이 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해 회사에서 재교육을 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자교육도 아마 그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회사생활에서 한자의 필요성은 많은 데 비해 요즘의 학생들, 특히 인터넷세대는 한자는커녕 한글마저도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학생이나 기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한자시험을 치를 경우 그들의 한자지식이 형편없는 데 대해 놀라움과 함께 우려가 크다. 일상생활에서 한자 없이도 큰 불편이 없으면 그만 아닌가 하는 주장이나 한글이라는 우수한 문자를 갖고 있으니 그것을 더 발전시키면 된다는 주장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자는 그런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글만 사용해도 큰 불편은 없지만 한자를 알아두면 엄청나게 편리하고 유용하다면 어려서부터 한자교육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우선 우리말의 대부분이 한자어로 돼 있어 모든 학문을 이해하기 편리하다. 한자교육을 어려서부터 받은 사람은 국어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또 하나의 이점은 중국과 일본을 이해하는 데 편리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한자문화권에 속해왔었다. 일본과 중국은 한자를 사용하고 있고 이들이 사용하는 글자를 우리가 이해하고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강대국인 이들 나라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부딪치며 살기 위해서는 그들의 글이라도 이해하는 것이 바로 큰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자가 필요한 사람만 배우면 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대부분이 한자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 전국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어느 주요 신문은 얼마 전부터 부음(訃音)마저 한글로 싣고 있다. 이렇게 가다간 족보나 묘비명을 누가 읽을 것이며 부모님의 이름도 뜻을 모르고 더듬거리는 상황이 올 것이 뻔하다. 영어 배우랴, 한자 배우랴 학습부담이 크다는 말도 있으나 국어를 배울 때 한자와 같이 병행해서 배우면 큰 문제가 안되며 도구 교과인 언어, 특히 한자를 잘하면 혼자서 독학이 가능한 분야가 너무 많아 과외공부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 우리와 비슷한 여건에 있는 네덜란드는 거의 모든 국민이 영어는 물론 불어나 독어 하나 정도는 해독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외국어교육을 철저히 해온 덕분이다. 작은 나라가 강대국 틈에 끼어 잘사는 길은 주변국을 잘 알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언어가 바로 첫번째 무기이다. 최근 ‘국어기본법’ 제청추진으로 한자교육이 소홀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으나 국어를 더 가꿔야 하는 이상과 한자교육의 필요성이라는 현실이 잘 조화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