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민주당 최고위원이 30일 여권의 쇄신론 파문 수습을 논의하기 위한 최고위원 회의에서 청와대측의 태도를 강력 비판하면서 책임론을 거론, 파장이 일고 있다.한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법무장관 경질파동 이후의 당내 파문과 관련,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서 대통령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청와대에도 정부에도 당에서도 없다"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특히 한 위원은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에서 '내 탓이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면서 "자기가 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내 책임이오'라고 나서야 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이어 "(국정운영과 관련한) 정보는 청와대와 정부가 갖고 있는데 당과 협의가 없다"면서 "여기서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가 나름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 위원이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청와대를 언급하자 당 주변에서는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등을 놓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있다.
당 일각에서는 "양갑(兩甲) 갈등이 재연되는게 아니냐"며 이번 발언을 동교동계 신ㆍ구파의 대립으로 해석하는 분석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법무장관 추천 책임논란과 관련, 실제론 신광옥 민정수석을 거명하며 "인사 주무수석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말했으나, 전용학 대변인이 이 대목을 빼고 발표하는 바람에 발언 파장이 더욱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은 자신의 발언이 청와대나 특정인을 겨냥한 것으로 비쳐지자 즉각 전용학 대변인을 통해 "쇄신파문의 와중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문제삼은 것일 뿐 청와대나 특정인을 지칭한 것이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 위원은 이어 "굳이 책임을 묻자면 당 최고위원들도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면서 공동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이날 청와대는 한 위원의 최고회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그 진의와 배경 등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리는 지금 모든 얘기를 듣고 있다"며 즉각적인 반응을 삼갔다.
동교동계 김옥두 전 사무총장도 이날 한 위원의 발언을 전해들은 뒤 한 위원에게 전화, 한 위원으로부터 "일반론적인 얘기이지, 특정인을 가리킨 것은 아니다"는 해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내 권력갈등적 요소가 나타날 때마다 한 위원의 행보를 주시해온 동교동계 구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 위원이 소장파들의 쇄신운동에 대처해온 행보에 대해 "정동영 위원이 동교동계를 결속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교동계는 전날 소장파 14인의 심야회동에서 일부 초선의원이 남궁진 청와대 정무수석의 역할을 비난하고 한 초선의원은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외유 문제를 꺼낸 것으로 전해지자 해당의원에게 직접 발언 여부를 확인하는 등 쇄신운동의 향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황인선기자
구동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