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농협 선거, 이상한 비밀주의

"우리도 궁금합니다. 주무부처에까지 공개를 하지 않으니…."(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공개되지 않는 것이 있다. 오는 18일 예정된 차기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의원들의 분포다. 심지어 농협에 대한 관리ㆍ감독권을 행사하는 농식품부에까지 비밀에 부친다. 공식적으로는 '비공개'지만 회장 선거에 관심 있는 농협 내부 사람들은 대부분 다 파악하고 있다. 대의원 288명 가운데 경북이 40여명로 단일 지역으로는 가장 많다. 경남까지 포함하면 80명에 육박한다. 전라도는 남도와 북도를 다 합쳐야 60여명에 불과하다. 낙농조합ㆍ양돈조합 등 품목별 조합도 있는데 이를 지역별로 나누기가 애매하지만 해당 농가가 집중된 곳이 어딘지 알면 대략적으로 추정 가능하다. 농협이 대의원 명단 공개를 꺼리는 이유를 들어보면 일견 그럴 듯하다. 대의원들의 표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후보에 유리하도록 외부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명단은 그렇다 쳐도 지역별 분포조차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농협은 "지역 감정을 조장할 수 있다"는 핑계를 내세우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후보의 출신 지역에 좌지우지되는 농협 회장 선거의 병폐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난 2007년 선거에서 경북 출신인 현 회장이 경상도 대 호남의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농협 회장의 힘을 가리켜 흔히들 '제왕적'이라고 한다. 290조원에 육박하는 자산과 22개의 계열사 245만명의 회원(농민)을 거느린 거대 조직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일개 사조직이면 모를까 우리나라의 농업을 이끄는 농협 회장 선거가 '그들만의 리그'로 치러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지역 대결이라는 병폐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과감하게 대의원 분포와 지역별 득표수를 공개해야 한다. 농민 조합원의 알 권리를 위해서도 그렇다. 비밀선거의 원칙이란 누가 어떤 후보에 표를 던졌는지를 비밀에 부치는 것이지, 지역별 득표수까지 공개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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