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확정한 벤처기업 활성화대책에 대해IT(정보기술)ㆍBT(생명공학기술)ㆍNT(나노기술) 업계는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의지가 확인됐다며 전반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패자부활제 등 구체 항목의 실제 효과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아 앞으로 실행과정에서 정부가 현장의 의견에 면밀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지는 보인다" = 통신장비업체 다산네트웍스[039560] 남민우 사장은 "연초에 벤처업계가 건의했던 10대 아젠다 등 그간 벤처업계 주장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채택한 것"이라며 벤처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남 사장은 "코스닥 시장에 투기 바람이 일지만 않는다면 이번 대책이 불경기 속에서 벤처업계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노기술 분야 벤처기업인 아토의 문상영 사장은 "투명성과 기술경쟁력이 있는기업은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며 "과거 벤처기업 비리 때문에 불필요한 규정이 많아 투명하고 도덕성을 가진 기업마저 영향을 받았으나 이번 방안은강화할 것은 강화하고 완화할 것은 완화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코스닥 등록 기업인 한 셋톱박스 업체 관계자도 "이번 대책이 침체에 빠진 벤처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지난 4년간 벤처 거품이 빠지고 이미 옥석(玉石)이 가려진 기업들만 살아남은 만큼 이번 대책으로 제2의 벤처 전성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전자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인 바이로메드의 강대연 대표는 "대기업의 중·벤처기업 출자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인정 범위 확대로 기술력 중심의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나 제휴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 살아나나" 기대감 = 업계는 특히 잇단 비리와 시가총액 상위권기업들의 대거 이탈로 침체에 빠진 코스닥 시장이 이번 대책으로 활기를 되찾기를기대했다.
게임업체 엔틱스소프트[039350]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중소 벤처기업에 실질적인 효과가 예상되며 특히 코스닥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고 환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가격제한폭 15% 확대는 단기매매 활성화와 거래회전율 증가의 효과가 예상되며 상시 퇴출이 가능해져 업체의 자정 노력으로 시장 건전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세제혜택, 보호예수기간 단축 등의 내용도 중소 벤처기업투자 활성화와 기업공개를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견 휴대전화 업체인 이노스트림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코스닥의 투명성과신뢰도가 올라갈 경우 코스닥 등록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정공시가 지켜지는 등 투명성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면 코스닥 기업이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는 만큼 우리 회사도 코스닥 등록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벤처 컨설팅 전문 인큐비아의 정성욱 사장은 "이번 조치로 자본금 규모가IT나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BT기업들도 기업공개를 위해 자본금을크게 늘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현재 국외에서 기업공개를 고려하고 있는 업체들도 국내에서 기업공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바이오 벤처기업인 쎌바이오텍의 김수동 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이 전체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별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며 "가격제한폭 15% 확대도 효과가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자부활제 등 실효성 논란 =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엇갈렸으며 특히 패자부활제 등 벤처기업의 도덕성 등 평가가 필요한 항목과 관련해평가의 신뢰성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IT기업 관계자는 "패자부활제의 취지는 좋으나 벤처기업협회가 도덕성을 평가하는 기관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 문제가 있다"며 "협회와의 관계에 따라 평가가 좌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대기업 출자총액제한 예외인정 확대도 대기업의 벤처 투자를 돕는 면이 있으나 자칫하면 대기업들이 기존 벤처기업이 아닌 자사 계열사를 벤처기업으로 위장해 관련혜택을 누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벤처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대기업에악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패자부활제에 대해 한 코스닥 등록업체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비(非)벤처제조업 경영자는 왜 패자부활을 하면 안되나에 대한 답이 없으며 패자부활제의 대상이 될 만하다는 판단은 누가 내리느냐"라며 "국지적 발상으로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편법성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회사 대출에 대해 무조건 전면 보증을 서고 당좌수표 발행의 형사적 책임을 지게 해 모든 전문경영인을 거의 필연적으로 형사범ㆍ전과범으로 만드는 제도 때문에 패자부활?근본적으로 어려운 것"이라며 "법은 그대로둔 채 단지 벤처라는 이유로 패자부활 프로그램을 운용하면 편법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고 실제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김수동 쎌바이오텍 연구소장도 "벤처기업들이 회계상의 실수를 구제받기 위해코스닥위원회에 대해 로비를 벌일 수도 있어 질적심사의 공정성ㆍ객관성이 확보되지않으면 벤처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게임업체 웹젠 관계자는 "소액주주 지분율 상향조정 등의 내용은 기업 투명성에충분히 기여하겠으나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이번 방안이 전체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정책이라고 판단하려면 더시간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또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 제시는 환영하지만 이번 방안은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벤처를 경영하고 있는 기존 벤처업체들에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내용들(익명의 업계 관계자)" 등의 싸늘한 반응도 적지 않았다.
◆다양한 개선안 `봇물' = 인터넷포털 '엠파스'를 운영하는 지식발전소의 박태웅 부사장은 창투사 설립요건 완화와 관련, "현재 벤처는 투자할 돈이 아니라 투자할 곳이 모자라는 상황"이라며 "자칫 영세 창투사의 난립을 부르는 역효과가 예상되므로 창투사의 대형화ㆍ전문화를 유도하고 전문적 평가ㆍ투자 역량을 높일 방안을찾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박 부사장은 "(코스닥) 등록과 퇴출을 다 같이 강화하되 등록은 미국처럼 다양한 등급을 둬 낮은 등급 등록은 다소 쉽게 하는 한편 퇴출 조건을 강화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신인이 선보일 기회를 넓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검색포털 '네이버'와 인터넷 게임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의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 인수ㆍ합병(M&A)이 벤처기업 성장에 매우 필요한 부분이므로 M&A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며 도덕성ㆍ기술력 심사를 위한 구체적 잣대도 마련돼야 한다"고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한글과컴퓨터[030520] 관계자는 "공공기관 소프트웨어 구매 활성화 등은 환영하나 형평성을 내세워 기술력이나 품질ㆍ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한 벤처들도 모두 동등히 지원하는 과거 'n분의 1' 방식이 아닌 경쟁력있는 기업을선별 지원하는 심사 시스템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업체 디지털큐브의 김경환 팀장은 "무차별적지원보다는 새롭고 가능성 있는 시장에 대한 선택과 집중, 특히 자금지원과 같은 실질적 도움이 필요하다"며 "벤처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인력 확보에 지원책도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의 나노 소재 벤처기업 ㈜NPC의 김영남 사장은 "이번 방안은 이미 10여년간투자가 이뤄졌던 IT 분야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은데 막 시작단계인 나노분야는 기초과학에 가까워 IT에 비해 투자비는 많고 투자회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며 "정부가 실질적인 나노산업 지원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관련 벤처기업인 아토의 문상영 사장은 기업평가와 관련해"현재 매출액이나 담보능력 위주로 돼 있는 평가방식을 기술력이나 미래가치 등회사의 잠재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보과학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