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대 대목인 연말을 앞두고 있지만 경기침체의 여파로 소비패턴을 바꾼 소비자들은 이전처럼 쉽게 지갑을 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블랙 프라이데이)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최대 소비시즌을 맞는다. 소매업체들은 이 기간에 연간 매출의 40%와 연간 수익의 절반가량을 거둔다. 미국의 소비에 의존하는 수출 주도형 아시아 국가들에도 이 기간 실적은 매우 중요하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의 23일(현지시간)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미 가계들이 올 연말 선물구입 비용으로 평균 390달러(약 45만원)를 사용해 경기침체가 극심했던 작년보다 7%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200달러(약 23만원)만 쓸 계획이라고 답한 비율도 응답자 5,000가구 중 39%를 차지해 작년의 35%보다 높았다.
또한 24일 소매판매 자료제공업체인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2주간의 여성복 판매는 전년 동기에 비해 3.3% 줄어들었다. 이 기간의 실적은 연말 대목의 소비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로 쓰인다. 여성복 판매는 작년 8월부터 9개월 연속 두자릿수 하락세를 보였으며 최근 하락폭을 줄이긴 했지만 1년 넘게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10월에 증가세를 보인 사치품 소비도 이 기간에 다시 9.9% 줄어들며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반면 전자제품의 경우 6.1%가 증가했다. 베스트바이, 월마트 및 아마존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TV와 비디오게임 분야의 판촉경쟁을 일찌감치 시작한데다 '윈도우 7'을 탑재한 새로운 노트북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미 가계는 최근 몇 개 분기 동안 소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고 부채도 작년 초 이후 1,500억달러(약 173조원) 가량을 줄였다. 2007년 1.7%에 불과했던 저축율(가처분소득 대비)도 올해 5월 5.9%로 정점을 찍은 후 떨어졌지만 9월 현재 3.3%를 기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가계에서 중대한 조정이 분명히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틴 베일리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미 소비자들은 과잉대출을 받아왔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며 "소비는 가처분소득의 증가율에 따라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