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 복합불황 어떻게 왔나/부동산 거품 붕괴가 주범

◎90년 동경증시 대폭락이 “신호탄”/은행 부실채권 급증… 도산 현실로일본의 복합불황은 5년여간 계속된 장기 호황(평성경기)과 부동산·주식가격 동반상승이라는 두가지 신화를 일거에 붕괴시키면서 시작됐다. 지난 90년 4월2일 동경증시의 「대폭락(The Tokyo Crash)」은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을 몰고온 신호탄이었다. 3만8천9백엔으로 80년대를 마감한 닛케이지수는 90년초 이후 급락세를 지속하면서 대폭락 당일 2만8천2엔까지 급전직하했다. 3개월만에 무려 28%가 빠진 것이다. 주가폭락이 일본경제 침체의 단초였다면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본격적인 복합불황을 불러온 주범이었다. 80년대들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가격은 일본정부가 부동산 관련 융자에 대해 총량규제를 시작하면서 폭락의 나락으로 들어선다. 90년대 저성장시대에 들어서자 기업들이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꺼번에 부동산을 처분한 것도 가격하락을 더욱 부추겼다. 일본의 평균 공시지가지수(83년=1백)는 91년 두배에 가까운 1백99.3까지 올라선 것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반전, 96년말 1백53.1까지 내려앉았다. 주식과 부동산의 버블 붕괴는 일본경제 전체에 광범위한 충격을 몰고 왔다. 버블 당시 금융과 부동산부문에 앞다퉈 돈을 쏟아부었던 개인들이 자산값이 폭락하자 빚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이 바람에 기업이 겪은 불황체감지수는 93년 들어서며 극에 달했다. 동양경제신보 추계에 따르면 일본법인들은 90년 버블붕괴와 함께 3년간 무려 1백40조엔의 자산을 날린 것으로 추산됐다. 주가폭락과 함께 기업의 유동성은 급격히 악화됐고 투자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지가는 하락하지 않는다」는 토지신화를 토대로 믿었던 경영방식에 종말을 고한 것이다. 금융기관에 있어 버블붕괴는 사망신고나 마찬가지였다. 지가하락 때문에 일본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96년말 무려 12조엔을 넘어섰다. 일부에서는 현재 부실채권 규모가 1백40조엔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는 거액을 금융대출받아 부동산업에 집중 투자한 주택금융전문회사(주전) 7개사가 파산하면서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95년 9월말 현재 일본 금융기관의 회수불능 채권 18조2천8백90억엔 중 42.1%에 해당하는 7조7천억엔이 주전에 대한 대출채권이라고 대장성은 발표했다. 지가하락이 장기화되자 지난해 지방은행인 효고(병고)은행 등 13개 중소금융기관들이 잇따라 파산신고를 했다. 호송선단방식의 금융행정 아래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은행의 도산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일본정부는 마침내 지난해 주전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주전처리기구를 만들고 6천8백억엔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이같은 금융시스템의 위기가 다시 실물경제에 연쇄적인 타격을 줌으로써 일본경제는 아직도 완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복합불황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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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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