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홈쇼핑 올바로 이해하기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단기간에 초고속 성장을 한 유통업체는 홈쇼핑이다. 서울 유명 백화점의 어느 매장이 매출 1조원을 넘기는 데는 무려 20년이 더 걸렸다. 한때는 유명했던 모유통업체의 대형할인점 십여개 매장의 현재 매출액은 6,000억~7,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 95년에 등장한 2개의 홈쇼핑업체는 7년 만에 모두 매출 1조원을 넘었다. 성장속도로는 대한민국 기록이다. 홈쇼핑이 고속성장을 하자 홈쇼핑이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조장하느니 과소비를 조장하느니 하는 비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것들이 홈쇼핑 비즈니스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나온 것이다. 백화점들이 80~90년대 중반까지 고속성장을 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올바르게 이해되지 못한 점이 많았다. 상품 수입이 자유화돼 수입품이 백화점 매장에 진열되자 국내경제가 조금만 어려워져도 그 모든 책임이 백화점에 있는 듯 매도당했다. 유통업 내에서 백화점의 역할에 대한 객관적 인식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최근에서야 자리잡기 시작했다. 요즘 홈쇼핑에 대한 오해도 과거 백화점에 대한 대중의 과민반응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유통업에 있어 지난날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홈쇼핑에 대해 몇가지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홈쇼핑은 중견기업 혹은 중소 전문기업의 중요한 판매통로이다. 국내 백화점에서 취급되는 제품의 40~50% 이상이 대기업 제품이며 할인점의 취급제품의 30~40%가 대기업 제품이다. 반면에 홈쇼핑에는 기존 유통채널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 제품은 별로 없으며 90% 이상이 중견 혹은 중소 전문기업 제품이다. 국내에만 2,000여개에 달하는 자동차 대리점과 영업소에서 판매되는 고급자동차가 홈쇼핑에서 팔리는가. 비록 지금은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성장의 한 축을 견인해야 할 중소 전문 제조업체의 제품들이 홈쇼핑을 통해서 판매되고 있다. 둘째, 홈쇼핑의 이익률은 백화점의 이익률보다 훨씬 낮다. 현재 백화점과 유통업체의 선두자리를 경쟁하고 있는 할인점의 이익률도 홈쇼핑의 이익률과 비교해서 나쁘지 않다. 홈쇼핑 5개 업체 중에서 적은 매출에도 고 마진을 올리는 업체는 한군데도 없다. 매출 1조원을 넘어서서 수백억원의 마진을 올리는 것은 국내의 일반岵?대기업의 마진률에 비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표적인 고 마진 업체인 카드 업체의 마진율에 5분의1도 안되고 일반적인 식품제조업체 마진율의 2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홈쇼핑은 적은 소비자에게서 많은 이윤을 취하는 업체가 아니라 많은 소비자에게서 적은 이윤을 취하는 업체이다. 셋째, TV를 통한 선정적인 홈쇼핑 상술이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충동구매를 유도한다고 한다. 국내 대부분의 유통점포의 소비자조사를 하면 계획구매(점포에 들어오기전에 구매하려고 브랜드까지 정한 쇼핑)는 약 50%이고, 충동구매(점포에 들어온 이후에 진열된 물건을 보고 브랜드를 정하는 쇼핑)가 약 50%이다. 이것은 백화점ㆍ할인점ㆍ슈퍼마켓ㆍ편의점ㆍ대리점ㆍ잡화점 그리고 구멍가게가 모두 동일하다. 홈쇼핑의 충동구매 비율이 20~30%에 불과하다는 조사들이 나오는데 이것은 국내의 최저수준의 충동구매율이다. 홈쇼핑에서 충동구매는 다른 점포들에 비해서 심하지 않다. 넷째, 홈쇼핑 중독증세를 보이는 고객이 약 4~5% 정도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일반적인 조사에 의하면 오프라인의 각종 점포에서도 쇼핑 중독증세를 보이는 고객이 그 정도는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소비자들은 점포에 가서 특별한 대접을 받으면서 좋은 제품을 나부터 먼저 사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어디에서 구매를 하던 이러한 쾌감의 조절의 개인적 영역이며 건강한 사회일수록 구성원들은 자기조절에 능숙하다. 홈쇼핑은 어느 유통업체(백화점ㆍ할인점ㆍ슈퍼마켓ㆍ편의점ㆍ전자상거래)와 다르지 않다. 단지 판매방식이 우리가 눈에 상당히 익숙한 TV를 통해서 한다는 것뿐이다. 모든 유통업체들의 판매방식에 대한 이해를 정확히 하면 홈쇼핑의 본질도 쉽게 이해가 된다. 홈쇼핑 업체들이 고속성장을 하면서도 비싼 점포를 내지 않고 판매망이 없는 중견 기업들의 제품을 판매해준다는 것은 유통발전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공헌이다. 앞으로 나오기 힘들겠지만 혹시 홈쇼핑보다 더 초고속성장을 하는 유통업체가 나오면 우리는 그 업체를 또 이해하지 못해서 온갖 비난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업체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바르게 판단하는 것이 유통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동철<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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