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수수께끼

채수종 <국제부장>

[데스크 칼럼] 수수께끼 채수종 sjchae@sed.co.kr 세계경제에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의 관점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새로운 수수께끼들이다. 첫번째 수수께끼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그동안 난방유 수요가 줄어드는 여름철에는 유가가 하락하는 것이 통례였지만 올해는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장중 한때 58.60달러까지 치솟으며 4월4일 기록했던 종전 사상 최고치(58.28달러)를 넘어섰다. 20일 시간외거래에서는 59.23달러까지 올라 60달러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유가와 주가가 함께 오르고 있다는 것. 그동안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져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지난주에만 유가가 4.93달러(9.2%) 급등했지만 뉴욕증시는 일주일 내내 상승세를 탔다. 두번째 수수께끼는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는데 장기국채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 4월 이후 1년 동안 8번에 걸친 인상을 통해 연방기금 금리를 1%에서 3%로 조정했다. 오는 30일(현지시간) 회의에서도 추가 인상이 유력하다. 이럴 경우 금리는 3.25%로 오른다. 그런데 장기국채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올 3월 4.6%에서 지난주 말 4.07%로 하락했다. 5년물은 3.8%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기국채 금리 하락으로 모기지 금리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부동산 거품의 최대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연방기금 금리가 오르는데 장기국채 금리기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수수께끼'라고 표현했다. 세번째 수수께끼는 달러 강세 속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달러 약세면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 적어도 그동안에는 그랬다.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효과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러 강세 속에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달러는 유로화에 9개월래, 엔화에 8개월래 최고를 기록하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통합에 난항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이나 1ㆍ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떨어진 일본에 비해 미국 경제가 좋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구리와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납과 니켈 가격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이런 경제 수수께끼들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대부분 막연한 불안감이나 투기세력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해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경우 결국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미 장기국채 금리 약세는 제너럴모터스(GM) 등 투자부적격 회사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회사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지만 결국 기준금리 추세와 동행할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재 가격도 달러화의 헤지 역할을 하면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기현상들이 세계경제의 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상적인 흐름 속에 거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가 상승 속 주가 상승은 주식시장의 거품을 부풀리고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밑받침되지 않는 유동성 장세는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 속 장기국채 금리 하락은 부동산 거품을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이에 대해 "판돈이 1조달러에 달하는 도박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달러 강세 속 금값 상승은 원자재 시장에 거품을 만들고 있다. 기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탐욕의 시기'가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 거품이 걷히면 그 때부터 고통은 시작된다. 탐욕의 쾌락이 클수록 고통도 클 수밖에 없다. 입력시간 : 2005/06/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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