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 땅에서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

대화/ 리영희 지음, 한길사펴냄


임헌영 교수와의 대담형식으로 된 리영희(76) 전 한양대 교수의 인생 회고록이 나왔다.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야만의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의 고뇌가 담겨있다. 그는 이 책에서 이 땅에 지식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떠한 일인지 생생하게 증언한다. 해방 후 미군정기와 6ㆍ25전쟁의 비극, 4ㆍ19, 5ㆍ16,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최근 정세까지 한국 현대사의 단면들이 저자의 주변 삶과 함께 알알이 담겨있다. 솔직함은 그의 글이 가진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 그는 조선일보에서 해직 당한 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양계장이나 택시운전사와 같은 육체 노동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으나 결국 지식인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을 회상한다. “인텔리가 그 편안한 직업과 사회 문화적 권위를 팽개치고 사회의 천시를 받는 육체노동자가 되려는 생각이 얼마나 관념적인가”라고 실토하는 부분에서는 미소를 띨 수 밖에 없다. 그는 다섯 차례 감옥행, 1,012일에 이르는 옥고를 치렀다. 그의 글 속에서 평범한 인간으로서 시대와 타협하지 않기 위해 부딪혀야 했던 고통과 번민의 순간들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2000년 말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 책은 오른손 마비로 글쓰기가 힘든 상황에서 민족문제연구소장 임헌영씨가 대담자로 나서 나눈 대화 내용을 다듬고 정리하는 2년간의 작업 끝에 빛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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