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수락 4대 조건ㆍ국민의 사랑을 받는 재계로의 변화
ㆍ동북아 중심국가를 만드는 생산적인 싱크탱크로 전경련의 변신
ㆍ대화와 토론을 통한 회원사 이해조정의 문화
ㆍ회원사 회장단의 적극적인 지원
전경련의 `손길승 체제`출범은 재계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을 예고한다.
특히 손 회장이 재계 수장직 수락의 전제로 내건 조건들을 살펴보면 전경련의 색깔을 오너 중심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기업 중심의 단체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있다.
◇변화의 닻 올린다= 손 회장은 6일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4가지의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21세기의 새로운 전경련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고 손병두 부회장은 전했다.
손 회장은 우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재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손 회장이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경련이 국민에게 시장경제를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
손 회장의 4대 전제조건은 그동안 오너 총수들의 입김만을 담아온 전경련의 색깔을 바꾸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의미라고 재계는 풀이한다. 주주와 임직원 전체의 이익을 담는 말그대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전경련으로 변하자는 화두이기도 하다.
두번째 전제조건으로 내건 `동북아 중심국가를 만드는 싱크탱크로의 변신`이란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전경련을 국내 기업의 브레인들이 집합한 아이디어 창구로 변신시키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지금까지 일반 국민에게 정부의 각종 개혁정책에 대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며 `무조건적 비판`을 전달하는 `나팔수`로서만 투영됐었다.
◇힘 싣는 작업 펼친다= 손 회장은 지난 5일 귀국하면서 “지금도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메울 수 있는 상황변화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수락조건의 마지막에 담긴 `회원사 회장단의 적극적인 지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재계 일부에서 우려해 왔듯, 비(非)오너 출신의 한계를 손 회장 스스로도 인식해 왔고, 이는 줄곧 회장 자리를 고사해왔던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손 회장은 바로 수락조건을 통해 회원사 회장단에 분명한 협조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손 부회장은 이를 인식하듯,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이건희 삼성회장이 두차례에 걸쳐 손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을 두번이나 직접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손 회장에 대한 총수들의 신임과 지지를 대외에 알리기 위한 고도의 계산으로 보인다.
◇교량역할 성공이 성패 가른다= 손 회장은 평소 `정부와 기업은 협력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져 왔다. 이는 신정부에 대한 재계의 대응에서 앞으로 중요한 변화를 시사한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 대한 강성 반대론자로 알려져온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도 이날 기자들에게 재벌정책 등 정부와의 갈등에 대해 “우리의 기본 포지션은 정부와의 협력”이라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관건은 역시 신정부가 핵심 재벌개혁 과제로 설정한
▲집단소송제
▲상속ㆍ증여세 포괄주의
▲총액출자한도 제한 등 3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3대 과제에 대해 정재계가 어떤 식으로 조율할 것인지가 손 회장 체제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손 부회장이 이날 “정부의 처방에 대해 서로 토론해서 보완하자는 것이지 정부의 안에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의 톤을 낮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