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 미래기반산업 고사 위기

「21세기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미래산업이 죽어가고 있다.」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외자유치와 부채비율 축소 등 단기 경제처방에 급급한 정부정책에 떠밀려 해외자원 개발, 항공우주산업, 위성통신사업 등 국가경제의 미래를 열어갈 산업에 대한 투자가 전면 중단되고 있다. 부존자원이 절대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미래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와 해외자원 개발이 절실한 과제지만 최근 2~3년 동안 신규사업은 물론 기존사업에 대한 투자마저 실종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산업과 에너지정책에 대한 정부의 플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7대 종합상사를 포함, 해외자원 개발 투자에 나섰던 국내기업들은 IMF체제 이후 해외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신규사업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고 있다. 또 일부 기업들은 그동안 애써 가꿔온 기존의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매각하고 있고 여타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도 보류 또는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한석유공사와 국내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던 아르헨티나 호진토노노 광구(총투자액 780만달러)와 시엔오 광구(1,060만달러)의 경우 추가 자금부담 때문에 개발사업이 중단됐고 페루 팔엑스 광구(700만달러)와 호주의 WA227 광구(300만달러) 등도 사업종료 절차를 진행시키고 있다. 또 이집트 칼다 광구(현대정유·삼성물산·LG상사 참여), 중국 닝샤(寧夏) 자치구의 바이엔징 유전 남부 광구(삼성물산), 리비아 광구(대우), 페루 67 광구(한화에너지·한화)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57개 광구개발사업 중 10여건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자원 개발을 위해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으나 추가 자금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사업성이 조금이라도 미진한 것은 우선적으로 포기하고 있다』며 『신규사업은 아예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우주산업과 위성통신사업 부문에서도 삼성전자·한국통신·신세기이동통신 등이 7,600만달러를 투자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21」 사업이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또 미국·영국 등 6개국 10개 통신업체의 「글로벌스타」 사업에 참여했던 현대전자와 데이콤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미 기존 지분을 일부 또는 전량 매각했다. 해외유전 개발 및 항공우주산업·위성통신사업 등 미래기반산업이 고사위기에 직면한 것은 정부가 올해말까지 64대 그룹의 부채비율을 200%로 축소하도록 요구, 설비투자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악화될 우려가 있는 한편 IMF체제 이후 정부 및 금융권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종용, 신규사업 진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이한구(李漢九) 대우경제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정부의 개혁정책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금융부문에만 집중되다 보니 한국의 미래를 위한 준비나 국가 중장기 전략이 설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급변하는 산업의 조류를 놓쳐 국가경쟁력이 취약해지는 것은 물론 국가 에너지정책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래산업 및 해외자원 개발에 투자되는 자금에 대해서는 부채비율 산정의 예외조항으로 관리하거나 국가차원의 자금지원책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민병호·김형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