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7월 30일] 성급한 '출구전략' 논쟁

“환자가 원기를 회복했으니 퇴원절차를 밟아야 하는 게 아니냐. 보아하니 혈색도 좋아졌고 살집도 오른 것 같다. 치료가 끝난 환자가 입원해 있으면 의료보험재정 악화로 국민부담이 커지게 된다. 입원한 지 벌써 10개월이 넘었으니 이제는 퇴원을 준비하라.” “무슨 얘기냐. 퇴원하기에는 이르다. 큰 수술을 받고 이제 겨우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는데 퇴원시켰다가 병이 다시 도지면 더 큰 문제다.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좀 더 지켜본 뒤 그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아무래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 경제회생 자신하기 아직 일러
지금 우리 경제가 놓여 있는 상황이 이런 모습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저앉던 경제가 올 들어 회복세가 빨라지면서 ‘퇴원’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주요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는 건강을 거의 회복한 듯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7개월째 상승하고 있고 제조업 체감경기도 5개월째 상승세다. 국내 대표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로 기염을 토하고 있다. 경제의 거울이라는 주식시장도 이미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코스피지수는 조만간 1600~1700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마저 나온다. 중소기업과 가계의 연체율도 크게 낮아져 자금사정이 호전되고 있다. 반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경기부양책의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금융ㆍ재정투입으로 800조원이 넘는 단기유동자금은 사상 최저수준의 금리와 맞물리면서 자산시장을 헤집고 다니며 거품을 만들고 있다.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불기 시작한 부동산 버블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점차 옮겨붙을 태세다. 유동성과잉과 저금리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또 한번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튼실했던 재정건전성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출구전략을 서서히 준비할 때라는 권고는 의미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주치의라고 할 수 있는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생각은 좀 다르다. 환자의 동태를 좀 더 지켜보자는 쪽이다. 우리 경제를 시니컬하게 봐왔던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경제평론가인 윌리엄 페섹조차 지난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2.3% 성장한 것을 두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고 할 정도이지만 당국은 3ㆍ4분기에 성장률이 0수준으로 후퇴할 수 있다며 아직 회생을 자신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민간소비ㆍ설비투자 등이 미약하게 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자생력이 약해 아직 퇴원은 무리라는 진단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주 초 라디오 인터넷 연설에서 “현시점에서 ‘출구준비’를 시행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부양책 후유증 신속히 해결해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정책방향, 실물경제 흐름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지금은 출구전략을 이야기하기에는 성급한 감이 없지 않다.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있다지만 불안요인이 모두 해소된 것도 아니어서 긴축정책을 펴기도 무리다. 그러나 미증유의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단행됐던 선제적이고 과감한 부양책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또 다른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가 일지 않도록 과열을 차단할 수 있는 규제장치를 서둘러야 한다.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는 돈을 실물 부문으로 흐르게 해 기업투자가 살아나도록 하는 방책도 강구해야 한다. 환자의 몸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병을 고치는 게 진정한 명의다. 출구전략도 마찬가지다. 경제 전체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병소(病巢)를 도려내는 정교한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타이밍도 매우 중요하다. 너무 빨리 쓰면 이제 겨우 살아나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시기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수가 있다. 출구전략도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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