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 가을이 가기전에/구자홍 동양카드<주>대표이사(기업인문화칼럼)

매년 가을 이맘때쯤이면 많은 문화행사가 열린다. 10월 들어서만도 전국 곳곳에선 음악회, 연극제, 영화제, 전시회 등 갖가지 축제가 열려 문화의 달임을 실감케 한다. 서울과 과천에서는 세계연극제가, 무주에서는 대종상 영화제가, 제주에서는 아태 국제영화제가 열렸고 지금 광주에서는 광주 비엔날레가, 부산에서는 부산 국제 영화제가 한창이다. 또 대구에서는 97 드럼 페스티벌, 안동에서는 국제탈춤 페스티벌, 서울에서는 현대음악제와 세계 피리축제가 개최된다. 풍요로운 이 계절만큼이나 풍성하다.그러나 이렇게 많은 문화행사들이 질적으로도 깊이를 더하고 있는지, 혹시 형식에만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짚어볼 일이다. 일상에 쫓기고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자칫 남의 일처럼 느껴지기 쉽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동참하는 행사가 되었으면 한다. 아무튼 문화행사가 열린다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정신이 살찌는 것 같아 좋다. 어려서부터 문화국민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라온 우리는 문화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질서나 관습을 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한차원 높게 표현하는 일이 많아졌다. 또 이를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음주문화, 자동차문화, 음식문화, 행락문화, 기업문화, 청소년문화, 선거문화, 경기장문화, 골프문화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문화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문화라는 말을 너무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나 언론매체 등 우리 모두가 형식적인 행사나 말잔치를 벌이는 것보다 우리 국민들 모두가 문화 불감증에서 깨어나 진정한 문화시민, 문화국민이 되는 일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정부나 기업, 또 우리 모두가 문화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말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모연구기관에서 96년 1년동안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 실태를 조사한 결과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기업의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이 가을이 가기전에 사랑하는 사람, 마음 맞는 사람과 가까운 음악회, 전시회에라도 가봐야겠다. 피곤한 일상을 잊고 잠시라도 아름다운 선율에 몸과 마음을 살찌게 하고 싶다. ◇약력 ▲49년 전북 전주출생 ▲서울대 상학과 ▲미노스웨스턴대(교통경제학 석사) ▲행정고시 13회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산업3과장 ▲동양그룹 종합조정실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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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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